[기자일기] 26번째 BIFF, 쇄신이 필요하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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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문화부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야외무대인사에서 영화 ‘낮과 달’ 이영아 감독과 배우 유다인, 조은지, 하경이 관객들과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야외무대인사에서 영화 ‘낮과 달’ 이영아 감독과 배우 유다인, 조은지, 하경이 관객들과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는 2년 만의 부산국제영화제(BIFF) 행사 재개로 떠들썩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열린 첫 대규모 축제라는 점에서 많은 이의 관심이 집중됐고, 개막일 이후 6일째인 지금까지도 걱정할 만한 방역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2년 만의 행사 재개라고는 하지만 벌써 26번째 열리는 국제 행사인데도 진행의 허술함이 도마에 올랐다. 먼저 10일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영화 ‘푸른 호수’의 저스틴 전 감독과의 온라인 줌 간담회는 시작을 불과 15분 앞두고 취소됐다. 줌 링크를 기다리던 현장 취재기자들은 허탈해했다.

BIFF 측에 문의했더니 “한국 배급사와 부산국제영화제와의 원활하지 못한 소통의 문제”라는 아리송한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영화계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로는 BIFF 측이 저스틴 전 감독에게 일정 공유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일어난 일로 알려졌다.

앞서 9일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아네트’의 레오스 카락스 감독과의 기자회견도 하루 미뤄진 10일 열렸다. 이번에도 BIFF 측은 ‘주최 측의 사정’으로 기자회견을 연기한다고 했고, 나중에는 ‘항공사와의 소통 문제’라는 아쉬운 설명을 남겼다.

이 때문에 9일 기자 시사회 이후 예정됐던 영화 상영 후 카락스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GV)’도 취소돼 SNS에는 관객 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12일 ‘아네트’ 상영 후 GV 예정이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감독과 대화하겠다는 일념으로 9일 자 티켓을 산 관객은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올해 BIFF 측의 취재진에 대한 대응도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아네트’ 기자 시사, 11일 폐막작 ‘매염방’ 기자 시사 때는 준비한 상영관 좌석이 부족해 복도나 간이의자에 앉아 영화를 봐야 하는 취재진이 많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매체 기자는 “서울에서 수많은 시사회를 다녀봤지만 좌석이 모자라 자리에 앉지 못한 경우는 처음이라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IFF 측에 문의하니 “좌석 사전 신청을 받았는데 신청해 놓고 안 오는 기자가 많아서 신청받은 만큼 좌석을 준비하지는 않는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영화제 현장의 90% 이상은 영화제 기간 중 채용하는 계약직 직원과 자원봉사자(올해는 800여 명)의 힘으로 돌아간다. 다만, 이들이 축제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일하다 보니 현장 대응도가 떨어지는 점도 매번 반복되는 문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만의 행사가 아니고, 수많은 해외 게스트와 해외 매체도 참석하는 국제행사다. 26번째라고는 믿을 수 없는 현장의 혼선과 우왕좌왕하는 BIFF 측의 대응이 아쉽다. 이번 영화제가 끝나면 BIFF는 문제로 지적된 점을 짚어 보고, 본질부터 철저하게 쇄신해야 한다. 관객은 쉽게 등을 돌린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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