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온배수 피해 대법원 판결도 무시하는 한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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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본부 고리원전 1~4호기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본부 고리원전 1~4호기 전경. 부산일보DB

법치국가에서 공기업이 대법원의 확정 판결도 무시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이해하기 힘든 민원업무 처리를 두고 하는 소리다. 한수원이 고리원전에서 배출하는 온배수 피해에 대한 조사용역 관련 소송의 대법 상고심에서 패소하고도 피해 어민들의 고통을 장기간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한수원은 오래전에 피해 조사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기에 보상하겠다고 한 어민들과의 합의마저 어겨 고리원전 인근 부산 기장군 일대 어민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대법이 인정한 용역 결과와 피해 보상을 거부하는 건 공기업으로서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피해 조사용역 하자 핑계로 보상 외면

신속한 민원 해결·온배수 대책 요구돼


지난 7월 대법은 한수원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고리원전 온배수 배출과 어업인 피해 조사’ 용역비 반환청구 소송에서 용역을 수행한 국립 전남대의 조사 결과가 잘못된 게 아니라고 결정해 피해 어민들의 손을 들어 줬다. 하지만 한수원은 판결과 별개로 전남대 조사에 하자가 있다며 현재까지 피해 보상을 꺼린다. 이에 앞서 2015년 당초 보상 약속을 깨트리고 소송을 시작해 6년 동안 피해 어민들의 고충을 저버렸다. 이런 행태는 고리원전 등 국내 원전들의 크고 작은 잇단 사고로 늘 불안감을 안고 사는 기장군민과 부산시민들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짓이다. 한수원이 사회적 책임을 내팽개치고 법조차 경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한수원이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전체 발전소의 연간 온배수 배출량 664억t의 47%인 313억t을 고리원자력본부 등 5개 원전본부에서 배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겨우 43만t을 양식으로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해수 온도보다 약 7도 높은 상태로 주변 해역에 쏟아 낸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다른 원전 소재 지역의 어업 피해 사정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온배수가 바다 생태계를 변화시켜 다양한 해산물에 해를 끼친다는 사실이 각종 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어서다. 온배수 배출량을 줄이는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고리원전 어민 피해 보상에 하루빨리 착수함으로써 공기업이 고의적으로 보상을 기피하며 어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는 일은 없어야 마땅하다. 현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대체 에너지원이 태부족해 상당 기간 원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수원이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한다면, 자칫 민원을 더 키워 사태를 악화하고 장기화해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한 불신을 낳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산업부와 한전도 더이상 방관하지 말고 어업 피해 보상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당장 한수원이 어민들과 보상 협의에 돌입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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