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아이유 노래가 공감과 위로를 주는 이유는?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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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곡 가요와 팝의 빛나는 스토리/손정호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예전의 비틀스처럼 청춘들에게 공감과 연대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부산일보DB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예전의 비틀스처럼 청춘들에게 공감과 연대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부산일보DB


<명곡 가요와 팝의 빛나는 스토리> 표지 <명곡 가요와 팝의 빛나는 스토리> 표지

우리나라 대중가요는 이문세 4집(1987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문세 4집 이전은 팝송의 시대였다. 당시 대중가요가 낄 자리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문세 4집이 나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285만 장이라는 경이적인 음반 판매량을 보여주듯 사람들은 이문세의 노래에 열광했다. ‘사랑이 지나가면’ ‘깊은 밤을 날아서’ ‘이별 이야기’ 등 수록된 9곡 모두 히트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대중가요, 팝송 등 18곡 다룬 음악 에세이

기자 생활 30년 이력 바탕 해박한 지식 표출

음악·문학 등 예술과 시대 정신 아우르며

꿈과 낭만, 희망과 좌절, 저항 등 이슈 녹여내


여기에는 이영훈이라는 뛰어난 작곡가의 능력이 결정적이었다. 이영훈은 대중가요에 팝과 클래식을 접목해 격조 높은 사랑 노래를 만들었다. 가사는 시적이었고 멜로디와 편곡은 세련됐다. 아픔과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이영훈의 뛰어난 점이었다. 1987년은 민주화 요구가 거셌던 시기였다. 6월 항쟁의 승리로 거리에는 자유와 낭만이 넘쳤다. 엄혹했던 80년대 초·중반과는 달리 사람들은 희망을 이야기했고 역사와 진보에 대한 믿음이 팽배했다. 이문세와 이영훈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통해 낭만을 선사했다. 지나간 사랑은 아프지만 아름답다는 것을, 이문세는 그만의 개성 있는 목소리로 담백하게 불렀고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였다.

<명곡 가요와 팝의 빛나는 스토리>는 대중가요, 팝송, 샹송, 칸초네, 월드뮤직 등 18곡을 다룬 음악 에세이다. 이 음악들에는 청춘의 꿈과 낭만, 사랑과 이별,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 분노와 위로를 비롯한 개인적 감정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자유, 반전과 평화, 인종차별, 빈곤, 독재에 대한 저항과 같은 사회적 이슈가 녹아 있다.

저자는 김연아의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갈라쇼 배경 음악이었던 존 레논의 ‘이매진’을 통해 반전과 민권운동의 상징을 찾아내고,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을 1970년대 초반 가수 박인희가 부른 ‘세월이 가면’에서는 청춘에 대한 그리움을 포착한다.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통해서는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의 위대함을 전한다. 또 조수미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통해서는 외세의 침략을 자주 받았던 그리스 역사를 아우르며 자유와 불의에 대한 투쟁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산일보에서 30여 년 기자 생활을 한 저자는 이처럼 음악, 문학, 기타 예술과 시대 정신 등 해박한 지식을 거침없이 표출하며 낭만이 사라져버린 시대에서 낭만을 소환한다.

저자는 BTS, 아이유 등 요즘 ‘대세 가수’의 음악 분석까지 곁들이며 참신한 시대적 감각을 보여준다. BTS가 예전의 비틀스처럼 청춘들에게 공감과 연대의 아이콘으로 우뚝 선 이유는 탁월한 라이브 실력, 파워풀한 칼 군무, 진정성 있는 가사라고 말한다. 같은 외로움과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또래 집단에 언어와 인종을 초월해 동질감을 주고 꿈과 희망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아이유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아이유의 가사가 꼭 시와 같이 군더더기 없고 담백하며 은유가 섬세하다고 전한다. 아이유의 노래를 들으면 위로받고 있거나 깊은 상처와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는 정서적 연대를 듣는 이들이 느끼는 이유다.

저자는 “대중음악은 언제나 절망과 희망을 노래한다. 대중음악을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을 느껴 보고자 한 것이 이 책이다”라고 했다. 손정호 지음/해드림출판사/248쪽/1만 5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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