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누구를 위한 국감(國監)인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1년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지난 1일 시작되었고 3주간의 일정으로 진행 중이다. 그런데 올해 국감은 첫날부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른바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한 야당의 피켓 행동에 대한 항의로 개의 전 일시적 파행 행태를 보였다. 그리고 며칠 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감도 동일한 이슈의 여야 간 논쟁으로 일시 정회했다.

무언가 익숙한 상황이다. 지난 20대 국회 때도 그랬다. 그 국감도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시작해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마무리됐다. 코로나19 위기 대응·민생 경제 살리기·부동산 정책 등 중요한 민생 이슈는 뒷전으로 밀려서, 국민을 위한 감사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장동 논쟁’이 전부인 듯한 국감

민생 뒷전·국민 위한 감사는 실종

행정부 견제·국회 차원 대안 제시

본래 취지 잃으면 국감의 난 될 뿐

국회의원 스스로 직업의식 갖고

국민대표로서 견제 역할 우선을

국감은 우리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조사적 통제권한이다. 국정 전반에 대한 감시를 통해 국회가 행정부의 정책 집행을 가장 직접적으로 파악하고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감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고, 정부에 대해 정책통제권을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정부 정책을 비판·감시·견제하도록 한 것이다.

국정감사제도는 제헌헌법부터 제3공화국 헌법까지 대정부 통제를 위한 국회의 권한으로 헌법에 명시되었다가, 유신헌법에서 행정부의 권력집중 필요성과 국정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이유로 폐지되었다. 그러나 국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헌정사적 반성을 계기로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회의 국정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1987년 헌법에서 부활한 권한이다.

반복해 정의하지만, 이처럼 국감은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통제권한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회가 열심히(?) 하는 국감은 제도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 우리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은 국감이 무엇을 위한 그리고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고민하는 걸까. 올해의 국감은 온통 대장동 논쟁으로 채워질 듯하다. 우리 국회의 국감은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 장치가 아니라 “정부 여당 대 야당”의 대결 구도화된 정쟁의 도구로 변질돼 있다.

물론 정당국가화 경향이 심화된 현대정치에서 특히 여대야소 상황의 경우, 국감을 통한 행정부 견제 활동에서 여야 간 정치적 의제 충돌현상이 발생되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러나 정해진 임기 동안 정작 자신을 선출해 준 국민들로부터는 자유로운 반면 소속 정당에는 기속되는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행동 좌표가 이해될 수 있는 지점은 따로 있다.

적어도 권력분립적 구도가 원칙이 된 현대민주국가에서 의회가 다른 국가기관에 대한 통제적 역할을 수행할 때는 아니어야 한다. 정당 소속의 의무감보다 국민대표로서 견제 역할이 우선되어야 하는 순간이다. 따라서 이런 정치감사는 절제되고 제한적이어야 한다. 국감이 협소한 당리당략적 소재에만 집중될 경우 소모적인 정쟁에만 매몰되기 때문이다. 그 자리엔 행정부 견제와 국회 차원의 대안 제시라는 본래의 제도 취지를 잃은 ‘국감의 난’이 될 뿐이다.

특히 올해 국감의 경우처럼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실시될 경우에는 이런 폐해적 위험성은 더 커진다. 정작 문제시해야 할 정책 현안들은 묻히고 상대 당의 후보자에 대한 공격의 장으로 이용되면서 국감이 공전과 파행, 폭로전 일색이 되었던 이전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

선거가 없을 때도 우리 국회가 해 왔던 국감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대안 제시 등의 정책지향적인 감사의 모습을 별로 보여 주지 않았다. 그보다는 언론보도의 집중을 받는 사안에, 감사 시점에 현안으로 부각되는 각종 정치적 비리 문제에 관련된 감사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더 자주 보여 주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민생 위기, 통제되지 않는 부동산 현실, 무책임한 제도 부실로 인한 젊은 죽음들…. 도대체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

그동안 국정감사제도의 개선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단기간-과도한 피감기관, 질의·답변 과정, 감사 후 사후조치 부실 등 주로 비효율적인 제도 내용에 관한 것이었다. 이전 20일의 기간에서 30일로 늘렸어도 여전히 감사 기간은 짧고, 수백 개에 이르는 피감기관의 범위는 여전히 심도 있는 감사가 어렵다. 짜인 제도 때문에 감사자도 피감사자도 이 기간만 넘기면 된다는 식의 행태로 볼 만한 상황들이 적잖다.

단순히 말한다면, 이런 제도는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건 우리 국회의원들의 직업의식이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그리고 깨닫길 바란다. 그래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더 이상 정치쇼맨으로 전락하지 않길 간절히 소망한다. 국민은 돌아선 연인을 기다리는 남겨진 자가 아님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