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를 담았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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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유학생-페이블 방에 모인 인도네시아 친구들’. 숲과나눔 제공 이동근 ‘유학생-페이블 방에 모인 인도네시아 친구들’. 숲과나눔 제공

코로나 속 일상을 기록하고, 사람 사이 거리를 생각한다.

코로나19 사진전 ‘거리의 기술’은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재)숲과나눔이 주최하는 이 전시는 부산 금정구 회동동 예술지구P에서 30일까지 이어진다. 숲과나눔은 2018년 가정, 일터, 지역 사회가 숲처럼 안전하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곳이 되기를 바라며 출범한 비영리재단이다. 환경, 안전, 보건 분야 등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인재 양성 활동을 하고 있다.


30일까지 숲과나눔 ‘거리의 기술’ 사진전

4월부터 서울, 대구, 광주 이어 부산 순회

부산 작가 5명 가세, 사진·영상·설치 선봬


‘거리의 기술’ 전시는 올 4월 서울 보안여관에서 처음 열렸다. 코로나 때문에 일상이 무너지고,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시민의 현실을 조명한 전시는 관람객의 호응을 받았다. 이에 대구, 광주에 이어 부산까지 순회전을 가지게 됐다. 숲과나눔 장재연 이사장은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고 공유하지 않으며 의미 없이 사라진다”며 “코로나19로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던 시민들의 무너져 버린 일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이번 전시가 후세로 이를 전달하고, 유례없는 팬데믹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민초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거리의 기술’ 부산 전시에는 고정남, 노순택, 박지원, 신웅재, 오석근, 이세현, 조현택, 최영진, 한금선 등 총 27명의 작가가 1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영업자, 노동자, 어린이, 학생 등 보통의 사람들이다. 서울 전시회 작품에 광주전에 참여한 작가 3인과 부산지역 작가 5인의 신작이 더해졌다.


윤창수 ‘거리의 차이(같지만 다른) 황창숙(87세)’. 숲과나눔 제공 윤창수 ‘거리의 차이(같지만 다른) 황창숙(87세)’. 숲과나눔 제공

부산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면 김지곤 작가의 영상작품 ‘Masks’는 매일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하는 상황을 화면 속을 꽉 채운 숨소리로 전달한다. 윤창수 작가는 코로나로 고립이 심화된 원도심 독거노인을 사진으로 조명했다. 작가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간간이 있었던 소통 기회마저 중단돼 더 막막하고 답답한 생활을 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동근 작가는 팬데믹으로 ‘대면 없는 유학 생활’을 겪고 있는 외국인 학생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국에 와서 2년 가까이 “교수님도 한국인 친구도 만나지 못해 한국어가 늘지 않는다”는 유학생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소개한다.


송성진 ‘조화(弔花) 바이러스’가 전시장 안에 빛을 퍼트리고 있다. 송성진 작가 제공 송성진 ‘조화(弔花) 바이러스’가 전시장 안에 빛을 퍼트리고 있다. 송성진 작가 제공

이번 전시는 사진 중심이지만 부산 설치미술 작가의 작품도 선보였다. 송성진 작가의 ‘조화(弔花) 바이러스’는 인조 꽃인 조화(造花)를 둥근 부케처럼 엮어 코로나 바이러스를 형상화했다. 같이 설치한 회전하는 미러볼에 반사된 조명의 빛이 전시장 전체로 퍼져나간다. 이창진 작가는 ‘연결된 철조망’이라는 작품으로 인류가 수많은 장벽과 지리적 경계가 존재하지만 이를 넘어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표현했다. 자투리 전선과 el와이어선을 엮어 만든 철조망으로 구주파 전류를 흘려 빛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 제목 ‘거리의 기술’은 지금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거리 두기의 기술(技術)을 보여주는 동시에, 코로나19를 사진과 글로 기록하고 기술(記述)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한편 이번 전시와 함께 숲과나눔은 코로나19 사진 아카이빙 서적 <거리의 기술>(도서출판 풀씨)도 발간했다. 책에는 장재연 이사장이 지난 1년 동안 국내외 코로나 관련 통계를 분석한 논평도 포함되어 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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