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의 비통한 순간과 대면하도록 이끌어”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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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심사평

심사위원 조갑상 소설가 심사위원 조갑상 소설가

심사위원 정찬 소설가 심사위원 정찬 소설가
심사위원 황국명 문학평론가 심사위원 황국명 문학평론가

심사위원 구모룡 문학평론가 심사위원 구모룡 문학평론가

심사위원 김경연 문학평론가 심사위원 김경연 문학평론가

올해 요산김정한문학상 심사대상은 두 권의 단편집과 한 권의 연작소설, 일곱 권의 장편이었다. 먼저, 손홍규나 김이정의 단편집은 부당한 폭력에 생을 유린당한 자들의 슬픔을 체현하며 불의에 투항하지 않으려는 견결한 의지를 내보이는 경향이 뚜렷했고, 황정은의 연작소설은 여성의 고유한 이름과 삶의 내력을 복구하며 가부장적 가족주의를 횡단하는 여성주의 서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단편집과 연작도 인상적이었으나, 올해는 탁월한 서술 역량과 실험 정신을 보여준 장편이 유독 많았다. 빈곤이 대물림된 ‘은강’을 통해 우리 시대의 가난과 궁핍한 지역의 현실을 조명한 김중미의 <곁에 있다는 것>, 광범위한 자료 해석과 비연대기적 글쓰기를 통해 잊힌 사회주의자들의 서사를 복원한 정지돈의 <모든 것은 영원했다>, 백여 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기억과 애도의 서사를 교직한 손홍규의 <예언자와 보낸 마지막 하루>는 특히 돋보였는데, 오랜 토의와 숙고 끝에 손홍규의 소설을 올해의 수장작으로 최종 선정했다.

<예언자와 보낸 마지막 하루>는 전봉준, 박헌영, 노무현과 세월호의 시간을 접속하면서 우리 역사의 비통한 순간과 대면하도록 견인한다. 서로 다른 시공간을 살았던 인물들은 기념비적 존재라기보다 다른 세상을 꿈꾸었기에 비참히 스러진 자들로 부조되며, 세월호의 집단적 희생자라기보다 평범한 꿈을 지녔던 개별적인 존재로 다시 재현된다. 동학혁명, 공산주의, 민주주의로 이념은 달랐으나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의 실현이라는 공통된 열망을 품었던 자들의 슬픔과 분노, 좌절과 희망을 소설은 사실과 허구를 연결하고 시점과 시공간을 다채롭게 이동하면서 낯설지만 뭉클하게 직조해낸다. 죽은 자를 통해 삶을 벼리고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언하는 손홍규의 이 특별한 소설은 박해받는 자들의 위치에서 현실을 재독하고 ‘역사를 방관하지 않는 새로운 휴머니즘’ 문학을 수행하고자 했던 요산문학의 정신과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이번 수상이 작가에게 또 하나의 격려와 더 큰 정진의 계기가 되길 기대하며, 심사위원 모두 진심 어린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심사위원: 조갑상 정찬 황국명 구모룡 김경연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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