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진중권 인용 보도에 ‘주의’…野 “노골적인 與 선거 지원”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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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비판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발언이나 글을 인용해 보도한 일부 언론에 대해 ‘주의’, ‘공정보도 협조요청’ 등의 조치를 내린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선관위가 노골적으로 여당 후보 선거 지원에 나선 것”이라고 반발했다.

중앙선관위 인터넷보도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는 지난 10일 이런 내용을 포함해 언론사 11곳에 대해 이같이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의위 홈페이지에 따르면 문제가 된 보도는 진 전 교수가 페이스북 등에서 이 후보에 대해 “이분이 실성을 했나”, “마구 질러댄다”고 말한 것 등을 그대로 다룬 내용이다. 이번에 처분을 받은 8개 언론사 보도는 이재명 후보가 직접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 측은 그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진 전 교수의 발언을 인용한 보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왔다. 16일에도 이 후보 선대위 대변인인 전용기 의원은 논평을 통해 “윤석열 후보 등 보수 쪽에는 자신의 가족 일처럼 대변하는 논리를 펼치고, 이 후보에 대해서는 특유의 독설을 더욱더 강하게 퍼붓는 이분을 중립지대의 신랄한 평론가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동”이라며 “진 전 교수께서는 국민의힘에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시는 모양인데, 진 전 교수의 진심을 이제는 받아주셔야 한다고 본다”고 비꼬았다. 대표적인 ‘진보 논객’으로 꼽히던 진 전 교수는 ‘조국 사태’ 이후 여권의 ‘내로남불’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민주당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

심의위원회는 진 전 교수의 발언을 인용한 보도에 대해 “특정 논객의 페이스북 글을 그대로 인용하였다”면서도 “신청인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을 여과 없이 보도한 것은 특정 후보자에 대해 유·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조치 이유를 설명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직접 인용을 하더라도 상응하는 반론을 적절히 제시한다거나 객관적으로 인용하는 형태로 전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비판하는 방송인 김어준 씨 등 친민주당 논객들의 발언에 대한 언론의 인용 보도도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선관위 조치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후보가 이의신청을 한 청구서에 보면 ‘보수논객 진중권’ 씨의 말을 인용해서 기사를 쓰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며 “하다 하다 이제 ‘보수논객’이 된 진 교수에게 다들 위로를 보내달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신인근 상근부대변인은 “선관위는 이미 현수막 논란 등으로 집권여당의 ‘선거대책본부’란 비판을 받은 바 있다”며 “이번 ‘주의’조치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파괴적 행위다. 더구나 이번 조치가 이 후보의 요청에 따른 것이란 점은 더 큰 위험”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도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수구 기득권 민주당 사람들은 아직도 자기들이 ‘진보’라고 착각하는 듯”이라며 “이런 걸 메코네상스(meconnaissance), 즉 ‘오인’이라 부른다”고 맞받았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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