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해운업계 과징금 비상식적”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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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남아 항로 962억 부과
해수부 “협의 통해 해결 촉구”

중국 예텐항에서 출항하는 HMM 알헤시라스(ALGECIRAS)호 모습. 부산일보DB 중국 예텐항에서 출항하는 HMM 알헤시라스(ALGECIRAS)호 모습. 부산일보DB

해양수산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8일 고려해운 등 23개 해운사(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의 한∼동남아 항로 운임 공동행위(담합)에 대해 96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 관련,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부처 간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인 만큼 협의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촉구했다.

해수부는 지난 24일 배포한 '정기 컨테이너선사 공동행위에 대한 설명자료'에서 "국내외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던 공동행위에 대해 정부나 화주 단체의 요청이 없음에도 자발적으로 신고했어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며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외 선사들이 한국∼동남아 항로 운임 결정 행위를 해수부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공동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는 공정위 판단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해수부는 해운사 간의 운임 결정 행위가 해운법상 인정되는 공동행위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공정위의 조치가 이행될 경우 결국 해운업계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수부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결국은 △사실상 공동행위 폐지에 따른 화주 피해 증가 △ 해외 연쇄 제재와 외교 마찰 △아시아 역내 해운 네트워크 상실 △수출입 물류 경쟁력 약화 △국적선사 경영 악화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해수부는 2017년 최대 국적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한국 수출입 물류 경쟁력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었던 점을 거론하면서 과징금 부과에 따른 국적선사의 경쟁력 약화는 국가 경제에 치명적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수부 제공 해수부 제공

해수부는 "이번 사안은 해운법상 공동행위의 신고 범위 등에 대한 관계부처 간 입장 차이에서 기인한 문제"라며 "국가 기간산업에 회복이 불가능한 제재를 부과하기보다는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제도를 보완해 원만한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수부는 "지난 45년간 해운 공동행위는 해운법에 따라 특별한 문제 없이 운영됐고, 공정위 제재사례도 없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제재한 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해수부는 "해운 공동행위가 안정적인 해운시장 질서 유지와 화주의 이익 보호에 기여한다는 것은 국내외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라며 "공동행위가 폐지될 경우 외국계 대형선사 위주의 과점화가 심화돼 운임 인상 등 화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해외의 연쇄 제재와 외교 마찰이 우려된다"며 "전 세계로 서비스하는 해운업의 특성상 한 국가에서 불공정행위로 제재하면 관련 국가의 연쇄 제재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중국 교통운수부는 앞서 지난해 5월과 7월 해수부와 공정위에 보낸 서한에서 공정위의 한∼중 항로 조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양국 정부 간의 합의를 존중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해수부는 이에 대해 "한∼중 항로에서 선사 간 운임 합의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양국 간 해운협정이 유명무실하게 된다"며 "중국 정부의 외교적 반발과 한·중 해운협정 파기 등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이어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조치가 국내 선사들의 아시아 네트워크 점유율 상실과 경영악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수부는 "원양항로의 초대형선 투입으로 기존에 운항되던 중대형 선박이 동남아 항로로 전환돼 선박 대형화에 따른 치킨게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징금 부과로 인해 국내 선사들의 아시아 네트워크가 상실될 경우 결국 부산항의 환적 기능 상실로 이어져 화주 피해와 더불어 부산 경제 침체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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