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인간 중심적 관점이 ‘환경 위기’ 근본 원인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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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에콜로지/빌 드발·조지 세션스

“이 세상의 심각한 문제들은 자연이 움직이는 방식과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 간의 차이에서 비롯한 결과이다. ” 인류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이 던진 이 말의 무게는 쉽게 재기 어렵다. 짧은 문장이지만, 하나하나의 단어마다 넓고 깊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

‘이 세상의 심각한 문제들’, ‘자연이 움직이는 방식’,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 모두에 의문이 이어진다. ‘무엇이 그렇다는 말인가’라는 물음이다. 그 응답 가운데 지구의 환경문제가 직관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전 세계를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는 점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그렇다. 그만큼 자연훼손은 세균 침투에 취약한 우리 몸의 상처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딥 에콜로지〉는 이처럼 자연을 인간이 이용할 도구로 보는 인간 중심적 관점이 환경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심층생태학’으로 번역되는 이 책은 모든 생명을 존중하며 인간 사회와 온 지구 생명체의 조화를 촉구한다.

하나의 학문 분야라기보다는 사상과 철학 체계에 가깝다. ‘엄정하고 수미일관한 연구를 넘어 살이 돋고 피가 흐르는 지혜’라는 느낌이 짙다. 인류의 여러 사상에서 통찰과 영감을 끌어와 대안적인 세계를 모색한다.

심층생태학은 사실 낯선 건 아니다. 생협인 ‘한 살림 운동’이나 한국 생태운동의 대표주자인 〈녹색평론〉, 세계적 베스트셀러 〈오래된 미래〉 등이 모두 이 흐름 속에 있다. 이 책은 팬데믹을 통해 우리가 다소 멀리했던 그 정신을 다시 들려주고 싶은 게 아닐까. 빌 드발, 조지 세션스 지음/김영준, 민정희, 박미숙, 함엄석 옮김/원더박스/456쪽/2만 7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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