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영산회상도 뒷면서 나온 ‘사리 4과’ 18일부터 전시
지난해 11월 범어사 성보박물관을 크게 신축해 개관할 때의 일이다. 부산시 유형문화재인 범어사 대웅전 불화 3점을 신축 성보박물관에 영구적으로 옮기는 과정이었다. 3점 중 ‘영산회상도’를 조사하던 중 뜻밖에도 사리 4과가 복장유물로 발견됐다.
“그려진 불화의 뒷면에 종이 또는 헝겊을 여러 겹 포개 붙이는 배접(褙接)을 하면서 불경을 쓴 종이를 접어 넣어 복장하는 경우는 많으나 사리를 넣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것이 성보박물관장 환응 스님의 설명이다. 복장유물은 불화 뒷면의 위아래 모퉁이에 배접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사리 4과는 특이하게 불화의 가운데 앉은 석가모니 배 부분, 즉 불화의 정중앙에 배접돼 있었다.
지난해 11월 복장유물 발견
대웅전·성보박물관에 모셔
불화 3점 모사 작업도 진행
영산회상도가 1882년에 제작됐다는 것만 나와 있을 뿐, 현재로선 사리의 정확한 연대와 출처 확인은 어렵다. 분명한 것은 범어사 불화들 중에서 제1번으로 꼽히는 대웅전 영산회상도의 뒷면 정중앙에서 사리 4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성보박물관에 보관 중인 이들 사리는 영롱하고 크다고 한다.
이와 함께 화맥을 이어 불화가 제작 중이라는 다른 사연이 있다. 수룡당(繡龍堂) 기전(琪銓) 스님에서 권영관으로 이어지는 화맥이 그것이다. ‘범어사 영산회상도’는 1882년 기전 스님이 주도해 17명의 화승들과 함께 제작한 것이다. 기전은 19세기 ‘사불산 화파(四佛山 畵派)’의 대표적인 불화승이다. 그는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영남 대표 사찰 곳곳에 수준 높은 불화 33점을 남겼다. 그중 범어사 불화 5점을 제작했다. 1882년에 대웅전 3점과 관음전 백의관음도, 1887년에 극락전 아미타불회도를 그렸다.
부산시 문화재위원인 이현주 성보박물관 부관장은 “기전 스님의 화맥은 완호 스님-월주 스님과 권정두-권정두의 아들인 권영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기전의 화맥을 이은 아버지 권정두(1969년 작고)는 조각도 했는데 만덕동 병풍암의 약사여래불과 북방다문천왕을 새긴 장인이며, 그의 아들 권영관은 현재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5호 불화장(佛畵匠)이다. 140년 전 기전 스님이 그린 대웅전 불화 3점을 신축한 성보박물관에 옮겨놓은 대신, 기전의 맥을 이은 권영관 불화장이 그 불화들을 그대로 모사한 불화 작업을 하고 있다. 물론 대웅전에 걸기 위해서다.
범어사는 행사를 치른다. 오는 18일 백중지장기도 입재일을 맞아 사리 2과는 ‘범어사 금어연(輦)’을 이용해 이운 의례를 치른 뒤 대웅전에 석 달간 모시고, 2과는 성보박물관 중정에 전시한다. 8월 15일 백중지장기도 회향일에는 영산회상도 삼장보살도 신중도, 불화 3점의 모사를 완성해 대웅전에서 봉안의식을 연다. 최학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