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막 오른 용산 시대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만들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사의 맨 앞부분에서 국민에게 한 약속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위기 극복의 책임을 기꺼이 짊어지고 국민과 함께 당당히 헤쳐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거행된 대통령 취임식과 더불어 정부 수립 이래 74년간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청와대도 국민에게 개방됐다. 윤석열 정부의 공식 출범과 청와대 개방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유례 없이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데다 굳게 닫혀 있던 청와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게다. 제왕적 권한을 행사한 청와대 시대는 가고,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용산 시대가 왔음을 알린 셈이다.
권위적·제왕적 청와대 시대 폐막
국민 두려워하는 열린 정부 돼야
새 정부는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취임식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천명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조항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는 윤석열 정권이 문재인 정권의 공과를 거울삼아 국민의 뜻을 무섭게 여긴다는 것으로 해석돼 고무적이다. ‘촛불 민심’에 힘입어 탄생한 문 정권이 그간 더불어민주당의 거대 의석을 믿고 국민을 외면한 ‘내로남불’ 행태가 잦아지면서 그들이 희망한 20년은커녕 불과 5년 만에 국민 심판을 받은 것이다.
윤 대통령이 용산 국방부 청사에 집무실을 마련해 임기를 시작한 것은 비용 등의 논란이 있지만, 국민을 우선시하며 국민과의 대화에 힘쓰겠다는 의미여서 기대감을 높인다. 역대 대통령들은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에 갇혀 대국민 소통에 소홀하고 권위적·독단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오죽하면 문 정권도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해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겠는가. 윤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과 청와대 개방을 신호탄으로 실제 국민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 적극 소통하면서 공약대로 국민이 원하는 공정과 상식이 살아 숨 쉬는 나라를 만들어 주기를 당부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통령 취임사에서 통합 문제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건 매우 아쉽다.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큰 반면 현실은 녹록지 않아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경제 상황을 안정화하고 코로나19에 지친 국민을 보듬어 함께 위기를 극복하려면 여야 협치와 국민의 통합이 필수적이다. 특히 부의 양극화 해소와 수도권·비수도권 간 균형발전은 국민 통합을 위한 급선무로 꼽힌다. 이를 위해 윤 정권이 독선과 독주를 경계하며, 소통과 협치로 국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인 용산 시대를 연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열린 자세로 국민 통합을 금과옥조로 삼아 책임 있게 국정에 임하길 바란다.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아는 정부가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