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상동초등 스쿨존 사고, ‘픽업존’ 고려 안 한 행정 책임도…
지난 4일 거제상동초등학교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하자, 거제경찰서 직원들이 10일 거제 제산초등학교에서 교육청·녹색어머니회와 함께 ‘등굣길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을 하고 있다. 거제경찰서 제공“단속이 능사가 아닌데…. 무책임한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은 오늘도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길을 지나고 있습니다.”
하굣길에 나선 초등학교 1학년생이 어린이보호구역 내 건널목을 건너다 신호를 위반한 학원 통학차에 치여 크게 다친 경남 거제상동초등학교 사고(부산일보 5월 9일 자 11면 등 보도)와 관련, 거제시의 허술한 행정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문 앞 4차로 세우던 학원차
단속카메라 설치 후 후문 쏠려
거제시 “공간 확보 방안 찾을 것”
통학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정문 앞 도로 단속을 강화해 아이들과 차량을 비좁은 후문 쪽 도로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10일 거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2015년 개교한 거제상동초는 현재 1~6학년 70개 학급, 1961명이 재학 중이다. 거제에서 가장 크고, 경남에서도 손에 꼽히는 규모다.
거제상동초는 주변 전체를 도로가 둘러싸고 있다. 정문과 남쪽은 왕복 4차로, 후문과 동쪽은 왕복 2차로다. 모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으로 지정돼 있다. 인접한 아파트 단지와는 12개의 건널목을 통해 오간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학원차는 여유 차로가 있는 정문에서 아이들을 태웠다. 그러다 연말께 정문을 중심으로 불법 주정차와 과속·신호위반 단속 장비가 설치되자 학원차들이 단속을 피해 후문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후문 쪽 도로는 편도 1차로여서 지정된 승하차구역(일명 픽업존)이 없다. 이런 탓에 하교 때면 줄지어 선 학원차와 아이들로 북새통이 된다. 게다가 후문 좌우에 있는 건널목에는 보행자 신호등이 없다. 마음 급한 아이들이 차들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통에 아찔한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는 게 학부모들의 증언이다.
한 학부모는 “성인도 주변을 지날 때면 굉장히 조심스럽다”면서 “평소에도 통행량이 적은 곳이 아닌데, 정문 쪽 단속이 시작되면서 정문보다 후문이 더 위험해졌다. 신호를 무시한 운전자가 제일 문제지만, 결과적으로 시도 이번 사고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건널목과 신호기 위치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고가 난 건널목은 벽산블루밍 아파트와 연결된다. 후문에서 50m 정도 떨어져 있다. 학교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자마자 건널목이 나온다. 그런데 굽은 길 중간에 네모 박스 형태의 신호등제어기가 붙은 전신주가 솟아 있다. 운전자 시선에선 차량 전면 유리 옆쪽 지지대까지 겹쳐 키가 작은 아이를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 시선에서도 올라오는 차량이 잘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학부모는 “아이 데리러 차 몰고 갔다가 식겁한 적이 여러 번”이라며 “도로가 좁다 보니 쉽게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대로 두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고 발생 일주일째인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게 더 화가 난다”며 “어른들이 책임을 떠넘기며 뒷짐 진 사이 오늘도 아이들은 위험천만한 길을 건너고 있다. 얼마나 더 큰 사고가 나야 조치할 거냐”고 반문했다.
거제시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경찰청,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CCTV 추가 설치와 통학차량 승하차 공간 확보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