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평산마을 차분한 분위기 속 지지자 3000여 명 환대
‘시민 문재인’ 첫날
노무현과 문재인, 퇴임 직후 청와대를 떠나 경남으로 귀향한 두 전직 대통령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2008년 2월 김해 봉하마을은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가 도착하기 전부터 떠들썩한 잔치 분위기였다. 일찌감치 환영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수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공식 환영 행사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퇴임 후 잊힌 사람으로 살고 싶다”
마을 주민 환영 행사 정중히 사양
지지자들 “사랑해요” 연신 연호
‘인산인해’ 노무현 귀향식과 대조
하지만 양산 평산마을은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KTX에 오를 때까지 환영 행사는커녕 조용한 평소와 다름없었다. “퇴임 이후 잊혀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수차례 밝힌 문 전 대통령이 마을 주민이 준비하던 환영 행사마저 정중히 사양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을회관 앞에 서서 간단한 인사로 환영 행사를 대신하기로 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 부부는 평산마을 사저에 이삿짐을 옮기기 전 인근 마을까지 마음을 담은 이사 떡을 돌렸다. 문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평산마을은 물론 인근 지산·서리마을까지 차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평산마을로 출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지자들이 평산마을로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반전이 일었다. 애초 1000명 미만이었던 지지자들이 문 전 대통령 부부가 평산마을에 도착하기 전까지 3000명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50분께 문 전 대통령 부부가 평산마을 회관에 들어서자, 하늘색과 하얀색 풍선을 흔들며 ‘사랑해요! 문재인’을 연신 연호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평산마을 회관에서 “이제야 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평산마을 주민들께 전입신고 드립니다”라며 “오늘 평산마을에 생긴 햇무리 현상은 저를 환영해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자, 동네가 떠나갈 듯 고함을 치며 열렬히 환호했다.
문 전 대통령 부부는 짧은 인사를 마친 뒤 사저로 들어가기 직전까지 ‘문재인’을 외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문 전 대통령 부부의 귀향길은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 귀향 때처럼 대규모 공식 행사로 들뜨지 않고 조촐하게 끝났지만, 마을 주민과 지지자들이 함께해 외롭지 않았다.
반면 노 전 대통령 부부가 귀향한 2008년 2월에는 봉하마을 잔칫날처럼 1만 명분 음식이 준비되는 등 전국적인 시선을 끌었다.
당시 봉하마을 현지 주민들과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지역 사회단체 등이 주축이 된 ‘귀향 환영추진위원회’가 노 전 대통령 부부를 맞이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마을에 도착하자, 마을 입구에서부터 줄지어 기다리고 있던 수천 명의 인파가 노란 풍선과 피켓을 흔들며 ‘노무현’을 외쳤다. 노 전 대통령 부부는 국악 공연에 이은 연설, 액막이 지신밟기를 끝낸 뒤 수천 명의 인파에 손을 흔들면서 사저로 이동했다. 이때 행사 무대에 선 노 전 대통령은 그 유명한 “야~ 기분 좋다!”를 외쳤다.
생가 입구에서는 노 전 대통령 부부의 이름으로 환영 답례 시루떡을 나눠 먹었고, 노사모 회원들이 공식 행사 이후 노래자랑 등의 행사를 이어갔다. 사저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노 전 대통령이 직접 나와 함께 즐기기도 했다. 당시 참여정부 인사는 물론 명계남, 문성근 등 그를 지지한 연예인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평산마을 한 주민은 “2008년 노 전 대통령 부부의 봉하마을 귀향 때처럼 공식 환영 행사를 크게 할 수 없어 조촐한 행사를 준비했지만, 문 전 대통령 측에서 이마저도 못 하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별한 환영 행사는 없었지만, 전국에서 찾아 온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문 전 대통령 부부의 귀향을 환영해 줘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김태권·김길수·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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