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까지 180m 걸어가며 펜스 너머로 ‘주먹 악수’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이모저모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는 새벽부터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오전 8시부터 국회 내부에 마련된 수십 개의 비표 교부대를 통해 입장이 진행됐지만 취임식 참석자가 4만 1000명에 달하는 만큼 대기 줄은 길어졌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힘든 내색 없이 상기된 표정으로 국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지인들과 영상 통화를 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대기 시간을 즐겼다.
국회 입구서 내려 ‘밀착 스킨십’
문 전 대통령에 가장 먼저 인사
행사 끝난 뒤 긴장 풀린 듯 미소
용산 가는 길 ‘깜짝 퍼레이드’도
취임식 10분 전인 10시 50분께 남색 정장에 하늘색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과 하얀 원피스 차림의 김건희 여사가 탄 차량이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국회 입구에서 하차한 후 대구 남자 어린이와 광주 여자 어린이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이후 윤 대통령 내외는 ‘위풍당당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단상 앞까지 180m가량을 걸어가며 참석자들과 펜스를 사이에 두고 일일이 주먹 악수를 주고 받았다.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직접 걸어 무대까지 이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 소통을 강조해 온 윤 대통령인 만큼 국민과 ‘밀착 스킨십’을 선보인 것이다. 김 여사도 윤 대통령 곁에서 시민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나눴다.
연단에 앞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게임기 대신 달걀을 기부해 ‘기부 도미노’ 현상을 일으킨 육지승 어린이 등 ‘국민희망대표’로 선정된 시민 20명과 차례로 악수를 했다. 이후 단상 위에 오른 윤 대통령은 먼저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앞에 다가가 악수를 나눈 뒤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이후 단상 위 좌석 가장 앞줄에 앉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악수한 뒤 다른 참석자들과도 일일이 인사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환한 웃음과 함께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축하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 선서 이후 이어진 취임사에서는 발언 중간마다 5년 만의 정권 교체에 들뜬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이에 윤 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으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머지 취임사를 읽어 내려갔다.
윤 대통령은 행사 종료 후 국회 마당 중앙 통로를 도보로 이동하며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행사 내내 굳은 표정이었던 윤 대통령은 다소 긴장이 풀린 듯 환한 미소와 함께 시민들을 향해 두 손을 흔들며 환호에 답하거나 엄지를 들어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차에 타 용산 집무실로 이동하는 중에도 연도에 나온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윤 대통령을 향해 환호성을 올리자 직접 선루프를 열고 차량 밖으로 상반신을 내밀며 예정에 없던 깜짝 퍼레이드를 5분가량 이어가기도 했다.
이날 행사장 바깥에서도 초청권을 받지 못한 시민들이 모여 제각기 방식으로 윤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다. 일부 시민은 준비해 온 공정과 상식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다녔으며, 한 시민은 윤 대통령 캐릭터가 그려진 반팔 티셔츠를 굿즈로 제작해 판매했다.
이날 취임식이 열린 국회 근처에서는 무지개가 관측되면서 SNS에서는 참석자들의 인증 사진이 쏟아졌다. 취임식에 참석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현장에 뜬 무지개 사진을 게재하며 “자유! 자유! 자유! 무지개!!”라고 설명했으며 네티즌들도 “상서로운 징조다” “하늘도 축하하는 모양” 등의 말을 덧붙이며 사진을 공유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