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새 집무실 찾은 첫 외교 사절은 미국 ‘세컨드 젠틀맨’
취임 첫날 외교 행보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취임식 축하사절단으로 방한한 각국의 고위 외교사절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접견과 국회 로텐더홀 경축연회, 신라호텔 외빈만찬을 통해 차례로 만나며 주요국과의 외교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북한의 잇따른 무력 시위와 7차 핵실험 징후로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한층 높아진 터라 미·중·일·러 등 주변 4강과의 외교 움직임에 첫날부터 관심이 쏠렸다.
부통령 남편, 바이든 친서 전달
日 외무상·中 부주석과도 면담
윤 당선인은 취임식 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5층에 마련된 접견실에서 미국의 ‘세컨드 젠틀맨’(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가 이끄는 미 사절단과 30분간 면담했다. 통상 대통령 취임식에 미 국무장관이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했으나,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21일)이 임박한 점을 고려해 ‘백악관 패밀리’라는 상징성을 지닌 인사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그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했다”며 “미국의 여러 동맹 중에서도 한·미동맹은 가장 성공적인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도 한·미동맹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엠호프 변호사는 “새로운 집무실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미팅에 저희를 접견해 주시어 굉장히 영광”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그는 “앞으로 5년 동안 긴밀하게 대통령과 협력하고 싶다는 뜻을 담은 친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도 면담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하야시 장관에게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핵 해결과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서도 일본과의 관계 회복이 필수적이라는 관점에서 과거사 갈등을 해결할 묘책을 찾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비친다.
윤 대통령은 오후 4시 국회 경축연회 참석한 뒤 다시 용산 집무실로 돌아와 중국의 왕치산 국가 부주석을 만났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왕 부주석은 역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중국 인사 중 최고위급이라는 의미가 적지 않다. 최근 한·미 간 밀착을 견제하는 중국의 행보가 노출되는 상황이라 유연한 관계 설정을 위한 대화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서는 별도의 외교사절이 방한하지 않고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가 취임식에 참석했다.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 포스탱 아르샹주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취임식을 위해 날아왔다.
윤 당선인은 이미 취임식 전날(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아만다 밀링 영국 외교부 아시아 담당 국무상, 사파예프 우즈베키스탄 상원1부의장, 일본 내 지한파로 알려진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를 차례로 접견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300여 명의 외빈이 참석했다. 민지형 기자 oa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