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먹는데도 자꾸 살이 찐다면…우리 몸의 이곳 체크를!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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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호르몬 분비가 많거나 모자라면 체내 선진대사에 문제가 생겨 여러 이상 증상이 발생한다. 동아대병원 내분비내과 서성환 교수가 갑상선 촉진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갑상선호르몬 분비가 많거나 모자라면 체내 선진대사에 문제가 생겨 여러 이상 증상이 발생한다. 동아대병원 내분비내과 서성환 교수가 갑상선 촉진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사례1=대학생 김 모(22) 씨는 지난해부터 유별나게 더위를 많이 타고 땀을 흘렸다. 가벼운 운동에도 숨이 차고 자주 피로감을 느꼈다. 최근 들어서는 체중이 줄고 다리에 힘이 빠져 일어서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MRI와 근전도검사를 받아봐도 뼈나 근육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사례2=정 모(38·여) 씨는 올해 초부터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고 손과 발이 차갑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아도 피로감을 느끼고 매사에 무기력해졌다. 소화도 잘 안돼서 식사량을 줄였지만, 이상하게 얼굴이 자주 붓고 체중은 오히려 늘었다.


호르몬 부족 따른 갑상선저하증

식욕부진·부종·체중 증가 불러

호르몬 과잉 따른 갑상선항진증

심뇌혈관 질환 등 합병증 올 수도

지속적 약물치료 일상생활 가능


두 사람은 전혀 별개의 증상에 시달리고 있지만, 문제가 되는 신체기관은 같다. 바로 갑상선이다. 갑상선은 목 중앙에서 앞쪽으로 튀어나온 연골의 아래쪽 양쪽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내분비기관이다. 갑상선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은 우리 몸의 대사 작용을 조절하고, 열을 발산해 체온을 유지하며, 심장 박동·소화·세포 성장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갑상선을 ‘우리 몸의 보일러’라고도 일컫는 이유다.

동아대병원 내분비내과 서성환 교수는 “갑상선 호르몬은 몸 안에서 적정량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한데, 갑상선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저하증에 걸리면 체중 증가, 피로감, 부종, 변비, 추위를 잘 타는 증상 등이 발생한다”며 “반대로 갑상선 기능이 과도하게 이뤄지는 항진증의 경우 체중이 빠지고, 피로감이 생기며, 맥박이 빨라져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손 떨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진증 방치 땐 근무력증·부정맥 초래

갑상선 호르몬이 과잉 상태가 되면 체내 신진대사가 지나치게 활발해진다. 땀이 많이 나고, 더위를 참지 못하며 피로감을 호소한다. 식욕이 증가해 음식 섭취가 늘어나지만 에너지 소모 또한 증가해 체중은 감소한다. 이 같은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맥박이 빨라 숨이 차며, 장 운동이 증가하게 돼 대변을 자주 보거나 설사가 지속되기도 한다. 남성의 경우 가려움증과 신체 마비, 탈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여성은 월경이 불규칙해지면서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갑상선 기능 이상은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중 항진증은 갑상선이 충분한 상태인데도 자극을 받아서 더 많은 호르몬을 생산하게 만드는 그레이브스병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레이브스병 환자의 30~50% 가량은 눈이 붓거나 충혈 되는 안병증을 겪는데 심할 경우 눈이 돌출되기도 한다. 또 갑상선의 크기가 커져 목 부분이 부풀어 오르는 갑상선종도 자주 나타나는데, 이 경우 항진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을 방치하면 여러 합병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빠른 맥박으로 인해 부정맥이 생기고, 환자 중 6%는 심장기능 부전이 나타난다. 앞서 김 씨의 사례처럼 근육이 위축되고 힘이 약해져 거동에 심각한 불편을 겪을 만큼 심한 근무력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뇌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도 높게 나타난다.

항진증 치료에는 항갑상선제를 투여하는 약물 요법이 가장 널리 쓰인다. 서 교수는 "항갑상선제는 최소 12~18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하는데, 치료 기간 동안 대부분 큰 부작용 없이 정상 상태를 유지한다"며 "약물 치료에도 병이 재발하거나 호흡 곤란 등의 부작용이 타나날 경우 수술로 갑상선을 제거하거나 방사선요오드 치료로 갑상선 기능을 파괴해야 하는데 이 경우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평생 갑상선 호르몬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하증은 여성에 빈발…임신 땐 특히 주의

반대로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한 경우 온몸의 대사 속도가 떨어지고 이에 따라 몸의 모든 기능이 저하된다. 열 발생이 줄어서 몹시 피로를 느끼며 추위를 잘 타게 된다. 땀이 잘 나지 않아서 피부는 매우 건조하고 거칠며 특히 얼굴이 핏기가 없이 창백해지고 누렇게 되며 손바닥과 발바닥이 현저하게 누런색을 띤다. 머리카락이 매우 거칠어지고 많이 빠진다. 쉽게 피로하며 의욕이 없고 정신 집중이 잘 안 되며 기억력이 감퇴한다. 식욕이 없어 잘 먹지 않는데도 몸이 붓게 되고 체중이 증가한다. 주로 얼굴과 손발이 부으나 실제로는 전신이 모두 붓게 된다. 성대에도 부종이 동반돼서 목소리가 쉰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대부분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인한 것이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갑상선을 파괴하는 자가항체가 생성되고 이것이 갑상선 조직을 공격해 기능을 떨어뜨리게 만드는 질환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10배 이상 많이 발생한다. 요오드의 섭취가 부족하거나 너무 많은 경우에도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산모가 갑상선기능저하증을 가지고 있을 경우 임신 중 태반미숙박리, 전자간증, 산후출혈 등의 합병증이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저체중 신생아를 분만하거나 사산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갑상선기능이상 환자는 임신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질환 관리가 필요하다.

갑상선기증저하증의 치료는 간단한 편이다. 부족한 갑상선호르몬을 약으로 먹어서 정상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서 교수는 “약을 빠뜨리지 않고 처방대로 복용하기만 하면 완치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매일 밥을 먹다가도 한 끼를 거르면 기운이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호르몬제를 계속 복용하다가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 대부분이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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