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 시공간 제약 넘어 개별화 수업도 가능한 수준 도달”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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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 ‘디지털 기술’ 어디까지 왔나

최근 열린 한국교육개발원 50주년 기념 ‘교육정책포럼’에서 참가자들이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USG공유대학에서 제공하는 고교학점제 관련 온라인 강의의 한 장면(위쪽). 유튜브·홈페이지 캡처 최근 열린 한국교육개발원 50주년 기념 ‘교육정책포럼’에서 참가자들이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USG공유대학에서 제공하는 고교학점제 관련 온라인 강의의 한 장면(위쪽). 유튜브·홈페이지 캡처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파를 크게 받은 분야 중 하나를 꼽자면 ‘교육’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미래교육을 준비해오다, 코로나로 인해 변화 흐름이 급속도로 빨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창립 50주년 기념 포럼을 열어 팬데믹 2년 동안 디지털 첨단기술이 교육 현장에 어떻게 얼마나 퍼졌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은 교육계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KEDI ‘팬데믹 2년 교육 디지털’ 포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톡톡’ 성공 사례

‘USG 공유대학’ 복수 학위로 진로 다양화

학생 대상화·교사 권위 추구는 극복 과제


■교과목의 경계를 넘다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에듀테크’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다. 대표적인 기술이 ‘AI 학습지원’이다. 영국 ‘Third space Learning의 AI교사’, 미국 ‘카네기 멜론대학의 MATHia 수학학습’ 등 AI를 활용한 학습관리시스템(LMS)은 일찍부터 해외에서 시작됐다.

국내에선 경남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아이톡톡’이 주목할 만한 사례다. 아이톡톡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교육지원 플랫폼으로 포털사이트 네이버 서비스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교육과정, 교과목 지식, 교수학습 등 분야별로 광범위한 데이터 세트(set)와 AI 알고리즘 엔진을 통해 학생·학부모·교사가 원하는 서비스와 교육과정을 찾아주는 시스템이다. 데이터 세트 중 가장 기본인 교육과정의 경우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국내 검인증 교과서 700여 권을 모두 분석한 결과가 탑재돼 있다.

경남도교육청 정인수 장학관은 “교과목 지식데이터의 경우 작년에 초1부터 고3까지 수학을 구축했고, 올해는 과학과 영어를 완료할 계획”이라며 “과목별로 데이터 구축이 완료되면 과학에서 속도 계산을 하다 분수 개념을 모를 경우 수학의 관련 학습경로를 추천받아 공부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구축 완료된 데이터 세트만 25만여 개에 이른다. 교사 입장에선 데이터 세트를 이용해 학생들의 학습 성향을 분석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경남도교육청은 해당 데이터 세트와 기술특허를 타 지역 시도교육청과도 공유해 활용 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수업·전공을 공유하다

대학에서도 온라인 수업이 일반화하면서 다양한 혁신이 이뤄지고 생겼다. 여러 대학이 교육과정을 공동 운영하는 ‘공유대학’이 대표적이다. 부울경 지역에는 교육부의 ‘울산·경남 혁신플랫폼 사업’ 중 하나로 운영 중인 ‘USG공유대학’이 있는데, 경상국립대·창원대·울산대·경남대·인제대·영산대 등 6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대학에서 현재까지 700여 명의 학생들이 공유대학의 8개 융합전공(지능로봇·스마트도시건설·미래모빌리티 등)을 이수 중이다. 대개 3학년 때 융합전공을 선택하면 소속 대학과 상관없이 온라인으로 함께 전공 수업을 들은 뒤 졸업 때 복수 학위를 받는다.

경상국립대 손정우 교수(USG공유대학 대학교육혁신본부장)는 “기존 전공에다 새로운 전공을 이수하면서 졸업 후 취직에도 유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USG공유대학은 고교학점제 관련 수업 콘텐츠를 제작해 경남도교육청에 제공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온라인 공동교육 과정은 고교학점제와도 연계돼 특히 고교 현장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희망 학생이 적거나 전문 교사가 부족해 단위 학교별로 운영하기 어려운 소인수 과목의 경우 온라인 공동교육 방식으로 개설과 수강이 가능하다. 안산강서고 정은식 교사는 “학생들이 희망하는 진로적성에 따라 모이다 보니 학습동기가 충분한 상태여서, 어려운 과제나 깊이 있는 내용을 제시하더라도 포기하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10명 남짓한 학생들을 지도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맞춤형 수업과 피드백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미래교육의 방향, 어디로

초·중·고교부터 대학까지 교수학습 방식의 ‘디지털 대전환’은 기술 진보를 넘어 교육의 전통 개념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앞서 소개한 개인별 맞춤 학습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지식 암기나 정보 습득이 아닌 역량 중심의 융합교육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이 흐름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돼, 미래교육의 방향 설정이 더욱 중요해졌다.

경기도교육청 유재 장학사는 “학생 중심을 넘어 학생이 주도하는 교육 학습으로 변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학생을 대상화하고 교사의 권위를 높이려는 방식을 뛰어넘어야 한다”며 “확장된 시공간 속에서 다른 학교, 다른 지역, 다른 나라 학생들과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도 유연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은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한다. 정은식 교사는 “학급당 학생 수와 교사 시수 감축을 통해 내실 있는 맞춤형 피드백이 의무화돼야 한다”며 “학교가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는 공동체, 자아실현을 위한 공간 등 교육의 본질에 좀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전했다.

대학 교육의 향후 흐름과 관련해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맞춤형 학습을 통해 100명의 학생들에게 100명의 성공모델이 가능한 게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오늘날 대학은 학생 각자가 가진 꿈을 인큐베이팅하고 경험을 큐레이팅하는 곳이라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럼을 주최한 한국교육개발원 류방란 원장은 “디지털 전환으로 초·중·고등학교가 시공간 제약을 뛰어넘고, 개별화 수업의 가능성도 보인다”며 “학년·학급·학기제로 굳어진 지금의 학사제도를 어떻게 유연화할 것인가와 함께 평가와 인증·자격체제도 미래사회에 더 적합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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