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우주 몸을 탐색하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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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 Ⅳ’- 이형구

‘아티스트 토크’는 작가에게 작품과 제작 과정 이야기를 직접 듣고, 예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7월 2일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두 미술관에서 사진가, 현대미술가와 만나는 자리가 마련된다. 오전 11시에는 고은사진미술관에서 박종우 사진가와의 대화가, 오후 2시 30분에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이형구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가 시작된다. 부산을 기록하고 몸을 탐구한 두 작가의 이야기를 지면으로 미리 들어본다.


현대미술가 이형구가 몸을 탐구하는 자세는 너무 진지하다. 여기서 관객들은 작품을 보는 재미를 넘어 흥미를 느끼고 ‘왜?’라는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이형구는 ‘왜 몸인가’라는 질문에 “동양에서 사람의 몸을 소우주라고 하는데, 우선 몸 공부, 먼저 내 몸부터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작업을 전개했다”고 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 Ⅳ-이형구’전은 독특한 조형 언어로 몸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작업을 망라한다. 이형구는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 미술대학원 조소과에 진학했다.


인체는 계속 변하는 케미컬

뼈 연구하고 상상력 더해

애니 캐릭터 골격도 표현


위에서부터 이형구의 ‘FelisAnimatus_LeiothrixLutea Animatus’, ‘X Variation_02’, ‘Altering Facial Features with H-WR’. 박동석 촬영·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위에서부터 이형구의 ‘FelisAnimatus_LeiothrixLutea Animatus’, ‘X Variation_02’, ‘Altering Facial Features with H-WR’. 박동석 촬영·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조각을 전공해 신체 비례를 관찰하는 것을 즐겼는데 지하철에서 제 손이 작아 보이더라고요.” 작가는 손을 키워보기로 했다. 2L짜리 페트병을 잇고, 위스키 잔 목을 부러뜨린 것을 붙여 물을 붓고 손을 넣었다. “굴절에 의해 시각적으로 손이 커지는데 전율이 오더군요. ‘사진을 찍어서 남겨야지’ 하면서 작업이 시작됐어요.”

학부 때부터 얼굴 관찰하는 것을 즐겼던 이형구는 서구화된 미의 기준을 생각했다. 일상적으로 구하기 쉬운 렌즈, 돋보기 같은 광학 장치를 이용해 눈이나 입을 크게 만들었다. “멋진 얼굴을 만들고 싶었는데 결과물이 기괴하게 나오더군요. 큰 눈(안구)은 실제 아이 소켓(안와)에 들어가지 못해요.” 인체 변형 작업이 골격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는 지점이다.

도널드덕, 구피, 미키마우스, 톰과 제리…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골격을 표현한 ‘ANIMATUS’ 시리즈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폭넓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눈을 크게 확대하니 만화 캐릭터처럼 느껴졌어요. 이렇게 생긴 이미지가 정말 존재한다면 어떨까, 과연 귀엽기만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죠.” 뼈를 연구하고,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세상에 없는 캐릭터 뼈대 화석을 만들었다.

“처음 전시했을 때 어른들은 잘 모르는데 꼬마들은 즉각적으로 어떤 캐릭터인지 알더군요. 만화 캐릭터라 익살스럽기는 하지만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했기에 가까이 갔을 때 섬뜩함이 공존할 수도 있을 겁니다.” 마치 ‘과학 실험실’ 같은 작가의 작업실을 재현한 코너에서는 치킨집에서 가져와 재조립한 닭 뼈도 볼 수 있다.

몸에 대한 탐구는 인체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단련과 도구를 통해 신체에 다른 동물의 기능을 더했다. ‘Eye Trace’ 시리즈는 인간의 눈을 물고기, 사슴, 곤충 등 다른 생물의 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도구들이 등장한다. 손톱에 거울을 붙이고 뒤로 걷기를 스케치한 드로잉에서는 작가의 ‘남다른’ 시선이 읽힌다. 20년 전 뒤로 걷고 뛰기를 연습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 작업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돼 눈길을 끈다.

작가는 직접 말이 되어 마장마술도 재연한다. “말은 어떻게 움직일까를 공부하다 마장마술의 아름다움에 빠졌어요.” 말처럼 걸을 수 있는 기구를 몸에 부착하고 마장마술을 펼치는 작가의 모습이 너무 진지하다. “어떻게 보면 웃기는 행위인데 퍼포머가 너무 진지하게 하니까 묘한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제 몸을 튜닝해서 다른 감각을 익혀보려고 하는 것이죠.”

이번 전시에서는 2019년 시작된 인체 내부를 주제로 한 ‘Chemical’ 시리즈와 올해 신작인 ‘Pink Vessel’도 선보인다. “사람이 작아지면, 또는 몸의 어떤 부분이 크게 확대되면 인체가 어떤 풍경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이형구에게 몸은 어떤 의미일까? “조각가로서 제가 생각하는 몸을 표현하는 것이죠. 몸 자체가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케미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적으로 제 작업은 몸에 대한 경외심에서 시작됩니다.”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 Ⅳ-이형구’전=8월 7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아티스트 토크 참여는 현장 신청. 051-740-4271.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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