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인공위성 수백 대·수천 대 띄우고 싶어요”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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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부산 스타트업] (주)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부산 영도구 동삼동 (주)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본사에서 박재필 대표가 ‘옵저버’(오른쪽)와 ‘부산샛’ 모형 앞에서 초소형 인공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샛이 10cm 가량 크기가 작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 (주)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본사에서 박재필 대표가 ‘옵저버’(오른쪽)와 ‘부산샛’ 모형 앞에서 초소형 인공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샛이 10cm 가량 크기가 작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우주에 안착했다. 2일에는 누리호가 싣고 간 큐브위성(초소형 위성)이 지상과 교신하는데도 성공했다. 한국이 더 이상 우주산업 변방 국가가 아닌 우주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뜻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300여 개의 민간기업과 연구원, 대학의 힘이 누리호에 집약됐다. 누리호의 성공은 정부가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로의 전환을 뜻하는 상징적인 일이기도 하다. ‘뉴 스페이스’ 시대로의 전환의 중심에 있는 우주 스타트업(부산일보 5월 5일 자 8면 보도)이 부산에서 기술 개발에 땀을 흘리고 있다. (주)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박재필(34) 대표를 부산 영도 본사에서 만났다.

초소형 인공위성 ‘옵저버’ 개발

100억 원 규모 시리즈 A 유치

위성 데이터 분석 기술 공개 예정

부산시와 ‘부산샛’ 개발에도 참여


■초소형 인공위성 ‘옵저버’ 내년 발사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이하 나라스페이스)는 연세대 천문우주학과를 졸업한 박재필 대표가 2015년 3월 연세대 대학원 우주비행제어연구실에 근무하던 중 창업한 회사다. 박 대표는 “우주 강국인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같은 곳에 출장을 다니다 보니 초소형 인공위성 민간기업이 많이 발달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초소형 인공위성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은 국가가 집중적인 투자로 중·대형 인공위성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왔다면, 20kg대 초소형 인공위성이야말로 민간기업이 뛰어들기 적합한 산업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햇수로 8년 차 창업기업인 나라스페이스는 자체 개발한 초소형 인공위성 ‘옵저버(Observer)’ 1A호와 1B호를 내년 상·하반기 차례로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우주에 띄울 예정이다.

옵저버는 가로·세로 각각 20cm, 높이 40cm, 무게 22~25kg 사이의 전자레인지 사이즈의 인공위성이다. 실제로 영도 본사에 둔 옵저버 모형은 그동안 인공위성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편견과 달리 작고 앙증맞은 사이즈를 자랑했다.

“현재 지상 검증은 어느 정도 완료했고 최종 테스트를 거쳐 옵저버를 우주에 띄우려고 합니다. 옵저버는 광학 위성으로 지구를 찍는 것이 주요 목적이고요. 하드웨어 해상도가 1.5미터이고 지상에서 후처리해서 해상도를 0.5m까지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해상도 1.5m는 우주에서 지구를 볼 때 1.5m보다 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0.5m 초해상화 기술은 나라스페이스가 보유한 자체 기술이다. 나라스페이스는 초소형 인공위성 제작뿐만 아니라 위성이 수집한 사진이나 정보를 지상에서 분석하는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플랫폼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옵저버 군집 위성 꿈 꿔

옵저버의 기술 개발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서 나라스페이스는 올해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2020년 8월 35억 원 규모 프리시리즈 A를 유치한 데 이어서다. 아직 직원 35명의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기술력과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시리즈 A 투자 유치 이후 최근 부산에서 5명의 직원을 추가 채용하기도 했다.

옵저버는 대량 생산이 가능한 위성이다. 수백 대, 수천 대의 위성을 군집으로 띄우면 마치 연속 사진 촬영처럼 지구상의 정보를 시차 없이 수집할 수 있다.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위성이 사진을 찍고 같은 지역을 또 찍으려면 하루라는 시간이 걸린다. 위성을 군집으로 띄워놓으면 연속으로 사진 촬영이 가능해 시간 차가 사라진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는 이미 중형위성을 2000대가량 띄워 통신 위성으로 활용하고 있다. 초소형 위성 역시 군집화가 가능하다. 박 대표는 군집화를 위해 초소형 인공위성의 대중화를 꿈꾼다.

“추후에는 옵저버 1대당 100만 달러(약 12억 원)에 판매가 가능하도록 대중화하고 싶습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글로벌 초소형 인공위성 회사와도 경쟁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동안 위성 데이터는 정부만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민간기업이 활용하게 되면 금융, 물류, 보험 같은 여러 방면에서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고 적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무궁무진합니다.”

■‘어스페이퍼’ 9월 파리 공개

‘어스페이퍼(Earthpaper)’는 웹을 기반으로 한 실시간 위성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다. 나라스페이스가 다른 우주 스타트업과 차별화되는 지점도 이 같은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옵저버가 우주에서 촬영한 사진을 어스페이퍼가 필요에 따라 분석할 수 있어 공공기관, 지자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다.

나라스페이스는 오는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IAC(International Astronautical Congress, 국제우주대회)에서 어스페이퍼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 나라스페이스의 기술을 소개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나라스페이스는 부산시, 부산테크노파크와 지자체 최초의 초소형 인공위성 ‘부산샛(BusanSat)’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2019년 나라스페이스가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한 결정적인 이유다. 항만 미세먼지 관측과 측정이 주목적이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페이스 챌린지 사업’에 선정돼 전북대와 함께 우주 쓰레기 처리 연구를 3년 동안 함께 하게 됐다. 위성 본체는 나라스페이스가 개발하고 우주 쓰레기 위성을 감는 그물을 전북대가 개발한다. 단순히 우주 쓰레기 처리가 아니라 적국 위성을 처리하는 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연구·개발 사업이다.

“우주산업의 가능성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부산이 청년 인재 유출로 고민하고 있는데 우주에서 오는 위성 기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사업을 키운다면 인재 유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샛’ 개발처럼 항만도시 부산의 강점을 활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우선은 옵저버를 성공적으로 우주로 보내고 싶고요. 차근차근 가치 있는 우주산업 기업으로 나라스페이스를 키우고 싶습니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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