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유희 본능으로의 회귀
허석 ‘흙으로 빚는 그림전’
8월 9~15일 피카소화랑
흙 안료으로 그려낸 그림
허석 '대지-기억.1301'. 작가 제공
흙으로 자연을 그리다.
허석 작가는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지리산 자락의 풍성한 자연을 즐기던 작가는 일곱 살 때 부산 영도로 이사를 오게 된다. “시골에서 엄청 행복했는데 도시에 오니 적응이 안 됐어요.” 메마르고 거친 도시 환경. 작가는 너무 심심해서 마을의 벽에 그림을 그렸다.
“중3 때 부산시 사생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어요. 제가 제일 잘 그리는 줄 착각했죠. 고등학교에 가서 미술실에서 선배들의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죠.” 집안 형편 때문에 공대 진학을 계획했던 작가는 제대로 그림을 배우기로 했다. 미술부에 들어간 그는 부산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에 진학했다.
허 작가는 흙 안료를 쓴다. “안료에 사용하는 흙은 광산이나 고속도로 또는 아파트 공사장 같은 곳에서 구합니다.” 작가는 자연의 재료를 이용해 자연을 그리지만, 그 재료가 자연을 파괴하는 현장에서 나오는 것이 ‘아이러니’라고 했다.
허석 '항해.2203'. 작가 제공
‘대지-기억.1301’ 같은 작품에는 작가가 어린 시절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함양 집 앞에 저수지가 있었고 엄청 큰 고목이 있었죠. 인간에게는 원시적 유희 본능이 있어요. 문명화되면서 가려진 것일 뿐 우리 유전자에는 자연과 하나 되는 심성과 삶이 각인되어 있음을 이야기하는 거죠.”
최근작 항해 시리즈에는 밤바다를 누비는 배가 등장한다. “풍파를 겪는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현대미술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좌표 없이 항해하는 저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허석 개인전 ‘흙으로 빚는 그림전’은 9일부터 15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피카소화랑에서 열린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