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윤 정부와 대립각 세우며 당권 경주 ‘1위 굳히기’
정부, 국유재산 적극 매각 방침
이 “소수 특권층 배 불리기 될 것”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왼쪽), 강훈식(가운데),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지난 9일 부산 MBC에서 열린 TV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당권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10일 정부의 국유재산 적극 매각 방침을 겨냥해 “소수 특권층 배 불리기”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주말 첫 지역 순회경선에서 75%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압승을 거둔 뒤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를 강조하는 선명성을 과시, 당권 레이스에서 선두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사법리스크 등을 고리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판세’ 흔들기에 나선 박용진, 강훈식 후보의 집중 공세에 대한 응수에는 낮은 자세를 취하면서,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는 1위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의 경제·민생 대책이 점점 거꾸로 가고 있다”며 “매각한 국유재산을 누가 살 것인가. 재력이 있는 개인이나 초대기업이 시세보다 싼 헐값에 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민주당부터 똑바로 하겠다. 기재부가 국회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국유재산 팔지 못하도록 국유재산법 개정부터 추진할 것”이라며 “무능, 무책임, 무대책 3무(無) 정권의 거꾸로 된 민생대책을 바로잡고 위기에 걸맞은 해법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의 반응은 빨랐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은 이날 곧바로 페이스북에 “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정부의 국유재산 매각을 ‘소수 특권층 배 불리기’라며 국유재산법 개정으로 막겠다고 선언한 것은 가짜뉴스식 발언으로 입법 전쟁을 예고한 것으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런 식이라면 대선에 패배한 분이 승복하지 못하고, 다수당 안에 별도의 정부를 세우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야당 유력 당권 주자인 이 의원을 정면 비판하면서 차기 여당 당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측면으로 보면 안 의원 역시 민주당의 ‘어대명’ 흐름을 인정했다는 방증이다.
이렇듯 이 후보의 압도적 독주 판세로 인해 전당대회 열기가 초반부터 급격히 식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까지 친이재명계 후보들이 상위에 대거 포진한 최고위원 선거 역시 싱겁게 끝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권리당원 누적 득표율 상위 5인 가운데 고민정 후보를 제외한 4명(정청래, 박찬대, 장경태, 서영교)은 모두 친이재명 성향으로 분류된다.
다만 최고위원 선거는 1인 2표가 행사되는 만큼 적어도 3∼5위권 판세는 얼마든지 요동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당대회 당일인 이달 28일 대의원 투표(투표 반영 비율 30%)에서 비이재명계가 전략투표를 통해 최고위원을 구성하는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