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억 정비 사업에도 못 막은 배수로 오염물, 물고기 폐사 불렀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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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삼해수천 집단폐사 조사 결과
오수 유입·오염물 퇴적 등 원인

9일 부산 영도구 동삼혁신지구 동삼해수천 한국해양대 쪽 입구 모습. 9일 부산 영도구 동삼혁신지구 동삼해수천 한국해양대 쪽 입구 모습.

부산 영도구청이 올해 2월 동삼혁신지구에 조성된 동삼해수천을 생태하천으로 가꾸겠다며 수십억 원을 들여 정비했는데도 물고기 집단 폐사(부산일보 8월 4일 자 10면 등 보도) 사태가 빚어진 것으로 드러나 허탕 수준의 정비사업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도구청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정밀 조사를 의뢰한 결과 지난달 30일 물고기가 폐사한 직접적인 이유가 배수로를 통해 인공 해수천인 동삼해수천에 흘러들어 온 오염물 때문이라고 10일 밝혔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폐사 이후 동삼해수천 제3호교 북쪽, 동삼2교 북쪽과 남쪽 배수로에서 방류되는 하수를 조사한 결과 오염도가 높게 나타났다. 지난 1일 하수에서 오염의 지표가 되는 용존산소량은 2ppm 미만, 화학적 산소요구량은 9~10ppm으로 모두 물고기가 살기 부적합한 수준이었다.


준설되지 않은 오염퇴적물과 수온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 해수천에 유입된 오염도 높은 하수가 한국해양대 입구 암거 내 오염퇴적물과 섞였고, 당시 수온이 3도 가까이 급격히 오르면서 오염퇴적물에서 빈산소층이 활성화돼 물고기가 살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영도구청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정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책 수립에 나섰다. 배수로 차집시설을 관리하고 하수관로도 정비해 오염물 유입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해양대 입구 쪽 수로 그물망에 걸려 있는 쓰레기도 한국해양대와 협의해 제거한다.


동삼해수천 한국해양대 쪽 입구에서 지난달 30일 물고기가 집단 폐사했다. 동삼해수천 한국해양대 쪽 입구에서 지난달 30일 물고기가 집단 폐사했다.

한국해양대 입구 쪽 암거에 쌓인 오염물도 준설해야 하는데 도로 아래 있는 특성상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영도구청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폐사가 발생한 암거 내 오염퇴적물을 준설할 계획”이라며 “오수가 빗물에 섞여 해수천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분류식 하수관거 구축 사업이 2030년 완료돼야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동삼해수천은 수문 운영을 통해 한국해양대 방향으로 해수가 흘러 수질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9일 오후 배수로 인근에서는 퀴퀴한 악취가 여전했다. 주민들은 배수로를 통해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거의 매일 해수천을 산책한다는 주민 이인환(78) 씨는 “아파트 공사현장 부근 해수천 산책로를 지날 때면 여전히 ‘수채통’ 냄새가 난다”며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해수천 위로 거품이 많이 떠다닌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5월에도 동삼해수천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이어졌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인접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배출하는 하수를 주원인으로 지목한다. 당초 공사를 위해 대체 수로까지 마련했지만 정작 준설 등 차집시설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염물이 지속적으로 해수천에 유입됐다는 것이다.

영도구청도 현장에서 문제를 확인했지만 뚜렷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로도 오염물은 계속 유입됐다. 영도구청은 올해 2월 동삼해수천에 46억 원을 들여 수질 개선과 악취 해결을 위해 수문을 설치하고 준설 등의 정비사업을 벌였지만 정작 배수로를 통해 유입되는 오염물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셈이다. 이는 이번 물고기 집단 폐사 사고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임학수 책임연구원은 “오염물 방류를 사실상 방치한 공사 현장 관계자들도 무사안일했다”며 “지금이라도 속히 차집시설 정비 등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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