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팔십이 넘었지만, 사진은 뉴 타입으로 찍으려고 노력합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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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동래디지털포토 대표

포토샵, 일러스트 등 능숙하게 사용
53년 운영 향토문화전자대전에도 수록
복산동 주민 대상 장수 사진 촬영 봉사

동래디지털포토 김종근 대표. 장병진 기자 동래디지털포토 김종근 대표. 장병진 기자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 한다. 여행, 첫돌, 결혼, 졸업, 장례식까지…. 즐겁거나 슬프거나 인생의 특별한 순간에는 늘 사진이 함께한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사진. 이 일을 53년간, 그것도 한 지역에서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동래디지털포토 김종근(81) 대표는 “돌 사진을 찍어준 동네 아이의 결혼식 사진, 결혼 후 아이를 낳고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느낌은 참 신기하다”며 웃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한 지인의 딸이 암에 걸려 마지막 가족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을 찾았을 때다. 김 대표는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한 사진은 작업 과정에서부터 늘 어렵고 힘든 일이다”며 “그래도 오랫동안 지역에 있으며 그들의 기억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은 벅차고 감사한 일이다”고 말했다.

동래에서 가장 오래된 사진관으로 향토문화전자대전에도 수록된 동래디지털포토의 김 대표는 아직도 현역이다. 사진관 이름이 동래DP(현상과 인화의 영어 약자), 동래카메라, 동래스튜디오 등으로 바뀌면서도 복산동, 수안동 일대를 벗어난 적이 없다. 이름의 변화는 그가 얼마나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김 대표는 "팔십이 넘었으니 사람은 올드 타입이지만 늘 뉴 타입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예전 가족사진은 온 가족이 일렬로 서서 차렷 자세로 찍는 것이 기본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요즘같이 다양한 자세로 찍는 것이 유행이 됐고 이를 배우기 위해 서울에 있는 사진사를 초빙해 배우기도 했다. 달맞이 고개에서 외제 오픈카를 소품으로 활용해 야외 촬영을 주도한 것도 김 대표다. 그때는 얼마나 손님이 많았던지 예약을 하더라도 몇 달은 대기해야 했단다.

지금도 김 대표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션과 같은 프로그램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다. 지난 10일 동래디지털포토를 방문했을 때도 가족사진 촬영에 참여하지 못한 가족을 합성해 함께 있는 것처럼 만드는 작업 중이었다. 그래도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도 옛 감성은 남아있는 법. 디지털 인화를 할 때 색감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데 옛 필름 감성을 찾는 이들이 김 대표를 찾아온다.

"사진으로 먹고산 것이 고마웠다"는 김 대표는 2019년 사진관 설립 50주년을 맞아 복산동주민센터를 찾았다. 김 대표는 "누구나 마지막은 곱게 기억되고 싶지 않나. 그런데 오시는 분들 중에는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 사진을 못 찍고 돌아가는 분들도 있어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50주년을 맞아 어려운 분들을 위한 사진을 남기는 봉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뉴 타입'은 이때도 빛을 발한다. 어르신 중에는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은데 한복을 구하기가 어렵다. 김 대표는 “한복과 머리 등을 포토샵으로 작업해 주면 엄청나게 좋아하신다”며 “그 마음을 알기에 가슴이 먹먹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마지막까지 사진기를 손에서 놓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 대표는 “힘닿는 데까지 이웃들의 희로애락을 남기고 싶고 더욱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동래디지털포토 김종근 대표. 장병진 기자 동래디지털포토 김종근 대표. 장병진 기자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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