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 피폭선량 빠진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부실투성이”
부산환경운동연합과 환경운동연합 탈핵위원회는 11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고리2호기 수명 연장과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대현 기자 jhyun@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수명 연장을 위해 진행한 고리원전 2호기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가 주민 안전을 무시한 채 부실과 졸속으로 점철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평가서에서 고리 2호기 중대사고 때 주민 거주지역 피폭선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고, 포화상태인 고준위핵폐기물 대책도 빠졌다는 것인데, 한수원은 이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11일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고리2호기 수명연장·사용후핵연료 대응-2차 전문가 기자회견 및 간담회’를 개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진단하고, 주민 의견수렴도 졸속으로 진행되는 등 형식적인 공람절차를 과거처럼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운동연합이 문제로 삼은 부분은 △중대사고 평가 부실 △고준위핵폐기물 대책 및 안전성 평가 부재 △다수호기 원전 사고 누락 등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제자로 나선 원자력안전연구소 한병섭 소장은 한수원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서 선정한 7가지 중대사고 관련, 주민 거주지역의 피폭선량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중대사고란 원전 설계기준사고를 초과하는 것으로, 심각한 노심손상을 초래하고 방사성물질의 외부 유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사고를 말한다. 또 통상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는 즉시 사망 또는 암 사망 인원 수 대신 완곡한 표현으로 주민 피폭선량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는 7가지 중대사고에 대해 일반인 출입과 거주를 통제하는 제한구역(EAB)에서의 개인 유효선량만 표기돼 있을 뿐 주민 거주지역 피폭선량을 찾아볼 수 없다. 한 소장은 “원전 중대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사능 물질이 EAB를 넘어 주민 주거지역을 덮쳤을 경우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측정하는 게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기본이다”며 “주민 거주지역 피폭선량이 없다는 것은 한수원이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졸속으로 했거나, 일부러 누락했음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는 고리2호기의 고준위핵폐기물, 사용후핵연료 저장에 대한 내용도 모호하다.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는 “사용후연료는 원자로에서 인출된 후 영구저장시설이나 재처리시설로의 이송을 위하여 이송 용기에 넣어질 때까지 수중에서 취급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수중’이란 발전소 내 마련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를 의미한다. 반면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는 사용후핵연료 보관 방법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서는 다수호기 사고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고리2호기가 있는 부산 기장군과 주변의 울산 울주군 일대는 원자로만 7개가 밀집한 세계 최대의 핵단지다. 그럼에도 다수호기 운영 피폭선량 평가에서 사고와는 상관 없는 정상적인 가동과정만 고려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중대사고, 다수호기 사고, 고준위핵폐기물 대책을 반영하지 않은 평가는 그 자체로 시민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허울뿐이 평가에 불과하다”며 “부산과 울산 자치단체들은 부실한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람을 중단시키고, 한수원에 제대로 된 평가를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일보>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한수원에 질의했으나 한수원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