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금·매리 녹조 2주 만에 3배 ‘취수 위태’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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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류 세포 수 mL 당 44만 개
조류경보제 관측 이래 최대 규모
상황 지속 땐 취수 포기 불가피

박형준 부산시장이 1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매리취수장에서 녹조 발생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박형준 부산시장이 1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매리취수장에서 녹조 발생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의 식수원인 물금·매리 지역의 남조류 세포 수가 mL 당 40만 개를 넘겼다. 관련 기관이나 부산시 등도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녹조가 발생한 것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취수 자체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11일 부산상수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물금·매리 지점 남조류 세포 수는 mL 당 44만 7075개로 조사됐다. 종전 최다 남조류 세포 수 기록은 지난달 25일 14만 4450개였다. 당시 이 기록은 관측 이래 물금·매리 지역 뿐만 아니라 조류경보제가 실시되는 지점 전체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그러나 불과 2주 만에 3배 이상 더 많은 녹조가 물금·매리 등 낙동강 하류 지점에서 번식이 이뤄진 셈이다. 통상 낙동강 전체 조류경보제 지점의 연간 최대 세포 수는 1만 개 부근이며 많으면 4만~5만 개 수준이다. 2회 연속 1만 개 넘는 남조류가 검출되면 조류경보 ‘경계’가 발령된다.

맹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도 급증했다. 8일 조사에서 물금·매리 지역의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은 7.7μg/L이었다. 환경부 기준치 1μg/L의 7배를 넘는 규모이며, 2013년 마이크로시스틴이 감시 항목으로 지정된 뒤 낙동강 내 상수원 구역에서 검출된 가장 많은 양이다. 종전 최대 기록은 지난달 25일 물금·매리 지역의 3.5μg/L였다. 환경단체들은 물론 행정기관 역시 취수원 부근에서 이 정도의 남조류 세포 수는 상상하기 힘든 규모라고 평가한다. 대규모 녹조 발생으로 환경단체들이 해체를 요구하고 있는 낙동강 내 보에서도 mL 당 40만 개 넘는 남조류 세포가 검출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다행히 8일 이후 남부 지방에 구름 낀 날씨가 이어져 일조량이 줄고, 수온도 하락하면서 녹조 양은 줄어드는 추세이다. 만일 녹조 발생에 유리한 환경이 계속 지속됐을 경우 고도 처리 시설을 갖춘 부산의 정수장들도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11일 물금·매리 지점 취수장 현장을 점검하면서 “조류발생 상황이 지속될 것에 대비해 취·정수장은 물론 배수지 등 수돗물 생산·공급시설 전반에 대해 빈틈없이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부산시는 녹조 번식에 따른 비상 정수처리 대응 체계를 운영 중이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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