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살 덜 찌는 술
푹푹 찌는 여름날, 시원한 맥주 한 캔은 더위에 시달린 몸을 달래기에 그만이다. 여기다 치킨까지 곁들이면 요즘 한국인의 술 문화를 대표한다는 ‘치맥’이 된다. 또 마음 맞는 친구들과 소주잔을 부딪치며 이런저런 세상 얘기를 나누는 즐거움도 한국인이라면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함께하는 술자리를 인간 관계를 맺기 위한 계기로 여기는 독특한 성향이 있다. 이래저래 크고 작은 모임이 많고, 술자리가 잦을 수밖에 없는 한국인들이다. 즐거운 술자리야 삶의 활력소가 분명하지만, 역시 좋은 것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인가 보다. 음주에 피할 수 없는 건강 문제인데, 특히 비만이 골치다. 이를테면 나이가 들수록 와이셔츠 단추가 떨어질 것처럼 불룩해지는 ‘술배’를 보면 ‘술 마시면 살찐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매일 먹는 밥을 칼로리를 생각하며 먹는 사람이 많지 않듯이, 술을 마실 때 칼로리를 계산하며 마시는 경우도 거의 드물다. 그러나 술의 칼로리는 생각보다 만만찮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주 1병(360㎖) 기준 열량은 약 400칼로리(kcal), 맥주의 경우 1병(500㎖)이 보통 230~250칼로리라고 한다. 쌀밥 한 공기(200g)의 열량 270칼로리, 도넛이나 케이크(65g)의 약 250칼로리와 비교해 보면 적은 수치가 아니다. 열량이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 피자 1조각도 230칼로리 정도라고 하니, 맥주 1병을 마시면 피자 한 조각을 먹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게다가 딱 한 잔에만 그치는 술자리가 없음을 생각하면 술자리에서 섭취하는 열량의 수준이 생각보다 상당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술병에 칼로리가 표시되지는 않았다. 아마 칼로리보다는 알코올 도수가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싶다.
그런데 앞으로는 술 마실 때 칼로리도 선택 대상에 넣어야 할 것 같다. 정부가 최근 주류 업계, 소비자 단체와 협약을 체결해 내년부터 소주, 맥주, 막걸리 등의 겉 포장에 칼로리 표기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비만 등 체중 관리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주종을 선택해 마실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비자의 건강을 고려한 정책이라는 측면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술꾼들에게는 이로 인해 또 다른 음주의 구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염려도 해 본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