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더 오를 일 있겠나”… 주택연금 가입자 10만 명 넘었다
상반기 가입 6923명, 전년비 36% ↑
상품 출시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
향후 집값 하락 전망에 적기 판단
주금공, 4차례 제도 개선도 기여
“가입자 현재 부동산 상황 더 살펴”
최준우(오른쪽)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이 18일 서울시 세종대로 WISE타워에서 주택연금 10만 번째 가입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
주택을 담보로 매월 연금을 받는 금융상품인 주택연금에 가입한 사람이 1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집값이 당분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 상반기에만 주택연금 가입자가 전년에 비해 36.4% 증가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이달 18일 주택연금 누적 가입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21일 밝혔다. 이 같은 기록은 2007년 주택연금 상품이 처음으로 출시된 이후 15년 만에 달성됐다.
또 올 상반기 주택연금에 신규로 가입한 사람은 6923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6.4% 증가했다. 올 들어 3월부터 6월까지 매월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의 주택 소유자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맡기고 자기 집에 살면서, 매달 일정 금액의 연금을 받는 제도이다.
주택연금에 가입한 이후 집값이 내려가더라도, 가입자는 처음에 정해진 연금 지급액을 평생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70세부터 연금을 받기로 한 가입자가 공시가격 3억 원의 일반주택을 담보로 맡기면 월 92만 6000원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같은 조건으로 60세부터 연금을 받는 가입자는 월 64만 1000원을 수령한다. 주택연금은 수령 기간이 길수록 연금액이 줄어든다.
올 들어 주택연금 가입자가 급증한 배경에는 향후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택 소유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 소유자는 집값이 최고점이거나 이제 막 하락하기 시작할 시점에 주택연금에 가입해야 보다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주택 소유자는 전국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올 상반기를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적기로 판단한 것이다.
전국 집값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후 대출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올해 들어 전국 집값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최근 금리 상승세가 여전한 데다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면서, 집값은 당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집값 하락과 더불어 주금공이 주택연금 관련 제도를 개선한 점도 주택연금 가입자 수를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주금공은 그동안 연금 수령 방식을 다양화하고 담보 설정 방법을 변경하는 등 4차례에 걸쳐 주택연금 관련 제도를 개선해왔다. 올 하반기에는 취약 고령층을 위해 우대형 주택연금의 주택가격 기준을 기존 1억 5000만 원 미만에서 2억 원 미만으로 상향할 예정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주택연금 가입자 대다수는 자신의 자산에서 주택 비중이 절대적이며 해당 주택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생활비까지 조달해야 해 현재 부동산 상황을 더욱 더 유심히 살피는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주택연금을 이용해 보다 든든한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