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에… 취약계층 ‘돌봄 그늘’ 짙어진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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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돌봄 서비스 지속 힘겹다”
복지 종사자들 불만 목소리 커져
현장 대응 구체적 매뉴얼 전무
부산시 차원 사회적 지침 마련을

21일 수도권 주말 당번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음압병동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수도권 주말 당번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음압병동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부산지역 취약계층 돌봄의 사각지대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반복돼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돌봄 서비스를 위한 사회적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달 초 부산 영도구에 거주하는 60대 중증장애인 A 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채 방치될 뻔했다. 코로나19 감염 뒤 혼자 거주하는 A 씨의 집을 찾는 활동 지원사는 방문을 멈췄고, 병원에서는 코로나19 중증도가 낮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했다. 혼자서는 씻거나 밥을 차려 먹기도 힘든 A 씨에게 코로나19는 일상을 멈춰 세우는 변수가 됐다. 사정을 알게된 기관의 설득으로 방호 장비를 착용한 활동지원사가 방문을 약속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돌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장의 돌봄 서비스 종사자들은 감염병 상황에서 지속적 돌봄 서비스를 이어 나가기 어려운 변수가 많다고 호소한다. A 씨와 같은 중증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돌봄 공백은 곧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이지만 이러한 예외 상황에서 따를 수 있는 구체적인 매뉴얼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영도구의 한 사회복지사는 “감염병 상황에서 A 씨와 같은 사례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며 “돌봄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대상들이 있지만 감염 가능성 속에서 종사자들의 희생에만 기대다 보니 돌봄 서비스 제공은 불안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잇따라 돌봄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하자 부산지역 사회복지계에서는 자체적으로 ‘감염병 위기 대응 체계’ 마련에 나섰다. ‘감염병 위기대응체계구축사업’은 부산사회복지협의회에서 지난해 10월부터 마련한 사업이다. 각 지역 기관과 협의해 부족한 정부 지침을 보완하기 위해 현장 실정에 맞는 지침과 협력체계를 세운다는 내용이다.

이 사업에 공모한 동래구에서는 복지 서비스 지침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상황과 돌봄의 특수성을 감안해 시설운영과 서비스 제공 방침을 세운다는 내용이다. 민간과 민간 사이의 협력 체계도 구축된다. 이러한 지침과 협력 체계가 있다면 보건 당국의 방역 지침에 따라 복지 시설이 일괄적으로 문을 닫지 않고 감염병 상황 등을 감안해 서비스를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다. 지역 내 사회복지기관 종사자들의 감염병 상황에 대한 대응 역량을 기르기 위해 감염병 교육과 재난 대응 모의훈련도 진행했다.

동래구지역사회보장협의체 김재용 팀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복지 서비스, 돌봄이 지속해서 제공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던 복지관이 폐쇄된다면 인근 시설에서 식사 제공 대상 어르신들의 정보를 확보해 식사를 대신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부산사회복지협의회 박종혁 부장은 “구·군별 협의체에서 민관이 함께 돌봄 서비스 제공 수준을 결정하는 동래구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해 부산 전역으로 확산된다면 감염병 상황에서도 돌봄 공백과 인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돌봄 서비스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산복지개발원 이재정 고령사회연구부장은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돌봄 기관과 서비스 운영 지침을 설계하고 적용하는 시도는 또 다른 감염병 확산 등 사회적 재난에 대비해서 꼭 필요하다”며 “긴급 상황에서 돌봄 시설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발굴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방안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산생명의전화 홍재봉 원장은 “보건 당국에서 설정한 방역 지침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복지 시설이 폐쇄되거나 피돌봄자가 감염되면 그대로 모든 돌봄 서비스가 중단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돌봄 서비스를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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