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 수교 30년, 공존공영의 길 계속 모색해야
미·중, 패권 경쟁 속 어려운 선택 강요해
중국 리스크 해소할 구체적 비전 갖춰야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24일이면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주년이 된다. 관련 기념행사를 치르기 위해 한국에선 박진 외교부 장관이 베이징으로 건너가고 중국에선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서울에 온다. 이날 양국의 기념행사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기념 메시지가 발표될 것이라고 한다. 양국의 외교 수장이 직접 상대국에 가서 기념식을 갖는다는 점에서 한·중 수교 30주년이 갖는 역사적 무게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사이 놓인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특히 양국 국민들 사이에 반한(反韓)·반중(反中) 정서가 크게 확산하면서 최근 한·중 간 거리는 30년 전보다 더 멀어졌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1992년 수교 이후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폭발적으로 늘어 지난해에는 3015억 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준으로, 홍콩을 포함하면 30%까지 그 비중은 늘어난다. 2위 수출국인 미국의 2배가 넘는다. 그 기간 중국도 한국과의 수교로 큰 이득을 봤지만, 중요한 건 경제적으로 이제 중국은 한국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나라가 됐다는 점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상 조짐이 일어났다.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의 대중 매출 비중이 줄줄이 하락한 것이다. 그 때문에 5월부터 7월까지 연이어 대중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석 달 연속으로 발생한 대중 무역적자는 수교 이후 처음이다.
전망은 더 어둡다. 수년 전부터 갈등 국면에 진입한 미·중 관계의 유탄을 한국이 직격으로 맞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군사·경제적 팽창 노선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고, 미국은 그런 중국을 견제하며 굴종시키려 한다. 양국이 국제질서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이 같은 패권 경쟁 속에 한국은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문제 삼아 보복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미국은 자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에 한국이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전에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며 우리 편한 방식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형편에 처한 것이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 들어 한·중 관계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괄적 한미동맹’만을 강조할 뿐, 그에 따른 ‘중국 리스크’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해답은 불분명했다. “외교안보 라인에 중국통이 전무하다”거나 “대중 외교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마당에, 한 대통령실 고위 인사는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유럽을 거론하며 중국을 자극하기까지 했다. 중국에 대한 전략이나 대책은 아예 없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현실적으로 중국은 한국의 미래에서 부정할 수 없는 존재다. 그렇다면 공존공영의 길을 모색하는 것만이 해법이다. 말로만 하는 ‘상호 존중’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