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제국주의가 동남아에 ‘눈독’ 들인 이유는?

윤현주 기자 hoho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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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동남아/강희정 외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 중국에 이은 제2의 교역 대상, 그리고 쌀국수·팟타이·월남쌈…. 바로 동남아와 관련된 수식어들이다. 이처럼 한국과 동남아는 여러 방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동남아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것은 우리의 관심 부족에도 기인하지만, 동남아는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그야말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연구자들이 30개의 키워드로 동남아를 쉽게 풀어낸 기획서이다. 동남아의 역사·문화·정치를 총망라한 30개의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동남아의 거의 모든 면이 한눈에 보인다. ‘바나나 머니’는 제국주의가 동남아에 미친 영향을 잘 보여주는 키워드다. 동남아는 고온다습한 기후 덕분에 바나나 등 작물 재배에 유리했는데, 이는 제국주의 세력이 동남아에 주목한 이유 중 하나였다. ‘페라나칸 혼례’ 역시 동남아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키워드다. 중국에서 건너온 이주민과 말레이시아인의 혼혈을 페라나칸이라고 하는데, 서로 다른 생활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섞이는 과정에서 문화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이 외에 전염병·돼지저금통·주석·쌀·후추·발리 관광·인형극 등 흥미로운 키워드가 눈에 띈다.

각각의 키워드는 저마다 다른 문으로 들어가 각기 다른 관점에서 동남아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준다. 각기 정치학·역사학·인류학·미술사를 전공한 동남아 연구자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동남아를 쉽게 풀어내고 있어서다. 하나의 주제를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부담 없이 관심이 가는 키워드부터 뽑아서 한 꼭지씩 읽을 수 없다는 점도 이 책의 미덕이다. 강희정 외 지음/한겨레출판/330쪽/2만 1000원.


윤현주 기자 hoho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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