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자체, 한수원 ‘대행 업체’로 전락…형식적 고리2호기 환경평가 공람 대응을”
탈핵부산시민연대 기자 회견
탈핵부산시민연대가 25일 부산시청 앞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의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공람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수명 연장을 위해 진행된 고리원전 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주민 공람이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했다는 비판(부산일보 8월 23일 자 3면 보도)이 이어지자, 시민단체들이 부산시와 지자체가 부실한 공람 행태에 즉각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부산시와 지자체가 주민 안전엔 관심이 없고,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대행업체’ 노릇을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탈핵부산시민연대는 25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와 10개 구·군은 요식행위에 불과한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초안) 공람에 즉각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부산시내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람을 알리는 현수막 하나 내걸리지 않아 주민들이 이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면서 “생소한 보고서를 그냥 비치해 놓고 보라는 식으로, 그것도 제한된 방식으로 강행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탈핵부산시민연대는 또 “공람 대상 지자체의 단체장은 각 지역에서 주민들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설명회를 조속히 개최해야 한다”며 “공청회 개최도 시민들에게 떠넘길 게 아니라 단체장들이 한수원에 직접 공청회를 요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탈핵부산시민연대는 지난 18일에 부산시와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람 대상 10개 지자체(금정구, 기장군, 남구, 동구, 동래구, 부산진구, 북구, 수영구, 연제구, 해운대구) 단체장들에게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공람 절차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단체장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이에 응답한 지자체는 동래구청과 해운대구청이 전부였다고 밝혔다.
탈핵부산시민연대 김현욱 집행위원은 “응답한 지자체들도 ‘법대로 진행하고 있다’는 식의 형식적인 내용으로 답변했다”면서 “지자체가 지역 주민 입장에 서서 주체적으로 이 사안에 나서야 하는데, 한수원의 대행업체 노릇에만 충실해 주민들의 알 권리는 침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수원은 지난달 8일부터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초안) 공람을 진행하고 있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는 내년에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고리2호기를 계속 운전할 경우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을 평가한 보고서다. 공람은 내달 5일까지 고리2호기의 반경 30㎞ 범위 내에 있는 부산지역 10개 구·군과 울산의 5개 구·군, 경남 양산시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보고서 분량만 500쪽에 육박하는 데다, 전문적인 내용으로 가득해 주민들이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열람하더라도 의견서를 제출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높다.
이에 대해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관계자는 “발전 사업자 입장에서 법에 규정된 내용대로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람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