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해양심판 5년여 만에 개시
특별보고서 등 토대 심리 진행
화물 미균등 상태서 운항과
사고 인과관계 질문 이어져
한국선급 측 “매뉴얼대로 검사”
대책위 “철저한 진상 규명을”
25일 부산해양안전심판원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에 대한 해양심판의 첫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2017년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해 22명이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첫 해양심판이 열렸다. 심판부는 선박에서 나타난 결함이나 사고 징후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25일 부산해양안전심판원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에 대한 해양심판의 첫 심리가 진행됐다. 심리에는 스텔라데이지호의 안전 검사를 담당한 한국선급과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관계자, 유족들을 포함한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가 참석했다.
해양심판은 선박사고의 원인에 대해 조사하고 선사 측의 과실이 드러나면 시정 권고나 명령 등의 처분을 내리는 준사법절차다. 총 4심으로 이뤄진다. 각 지방 해양안전심판원 소속 조사관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심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심판을 청구한다.
심판부는 앞선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특별조사보고서와 검찰 조사 자료 등을 근거로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심리에서는 △화물창에 화물이 균등하게 적재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항하는 ‘격창적재’ △비어있어야 할 공간에 수분 배출 밸브를 신고 없이 불법으로 설치한 것 △격벽의 지속적인 손상과 변형 부분 등을 살펴봤다.
특별조사보고서와 심판부에 따르면 스텔라데이지호는 2009년 유조선에서 철광석 운반선으로 개조할 당시 복원성을 유지하기 위해 각 화물창에 철광석 등 화물을 균등하게 적재한 상태로 운항하는 조건으로 설계 승인됐다. 하지만 실제 스텔라데이지호는 화물을 균등하게 싣지 않는 격창적재 방법으로 운항됐다. 이에 대해 심판부는 선사와 한국선급 측에 불법설치 인지 여부와 사고의 인과관계에 대해 질문했다.
건조하게 유지되어야 할 공간에 수분 배출 밸브가 신고 없이 설치되고, 수분으로 인해 선박의 부식이 악화됐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심판부는 유의깊게 살폈다. 심판부는 격벽의 손상에 대해서도 기존 한국선급의 조사과정에서 선박의 안정성을 해칠 만한 요소로 지목되지 않았는지, 선사 측에는 왜 적정한 시기에 수리하지 않았는지 짚었다.
심리에 참석한 한국선급 측은 “적정한 매뉴얼에 따라 선박을 검사해서 문제가 없다”며 “지적된 배출 밸브 부분 등에 대해서는 검사 방식의 한계가 있어 발견하지 못한 측면이 있고, 격창적재 부분도 그 당시 서류에서는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선사 측도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심판을 청구한 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은 “어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수백 번의 징후들이 반드시 나타난다. 이번 사고에서도 선박 내의 페인트가 벗겨진다는 등의 징후가 발견되면 선사나 한국선급 측에서 정밀하게 검사해 대응했어야 했다”며 “추가 자료들을 검토해서 다시는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을 밝히겠다”라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등은 이날 오전 심리가 끝난 직후 오후 12시 30분께 부산해양수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원인에 대한 엄정한 심판과 철저한 규명을 촉구했다. 스텔라데이지호 피해자 측 변론인으로 심판에 참여하고 있는 박훈 변호사는 “침수가 시작된 지 5분 만에 급속도로 배가 침몰했다면 상식적으로 그 이전부터 배가 ‘만신창이’였다고 봐야 한다”며 “제대로 원인이 규명되도록 심판정에서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박혜랑·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