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2년 새 소음분쟁 폭증, 이웃 간 칼부림까지
금정구 40대 주민 흉기 난동
재택근무 등 실내생활 늘면서
층간소음 관련 민원 배 증가
소음 기준 강화·사후확인제 등
정부 대책 실효성 논란 여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중랑구 LH 주택에서 입주민들과 층간소음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금정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웃 주민과 벽간 소음 등으로 갈등을 빚던 40대 남성이 이웃을 흉기로 찌른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코로나19 이후 이웃 간의 소음분쟁이 크게 느는 데다 강력 사건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소음 갈등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40대 A 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4일 오후 11시 35분께 금정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웃 주민인 40대 남성 B 씨를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옆집 주민인 B 씨와 평소 소음 등으로 갈등을 빚어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사건 당일에도 B 씨의 집에서 수압 강화용 모터 소리가 들리자 이에 불만을 느끼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 씨를 살인미수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한 뒤 지난 8일 A 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이웃소음으로 인한 112 신고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1만 8981건이던 신고 건수는 2020년 2만 793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만 7783건을 기록하면서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과 비교해 46%가량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1월부터 7월까지 1만 7972건의 신고가 접수돼 2019년 같은 기간 1만 611건에서 69%가량 늘었다. 경찰 측은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신고는 지난해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
환경부에 접수되는 층간소음 관련 민원도 2년 사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2019년 2만 6257건에서 지난해 4만 6596건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학교 원격수업 등 실내생활이 늘면서 소음 관련 민원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최근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실시, 층간소음 기준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실효성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일부터 공동주택 사업자가 아파트 완공 뒤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검사를 실시해 검사기관에 제출하도록 하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실시했다. 또 지난 18일에는 신축 공동주택 입주자에게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검사 결과를 의무적으로 개별 통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 방안’도 발표했다.
환경부는 1분간 측정한 소음의 평균치인 ‘1분 등가소음도’의 기준을 4데시벨(dB) 낮추는 등 소음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방안도 내놨다. 이웃 간의 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벌어질 경우 정부 산하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피해를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환경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대책이 자칫 이웃 간의 분쟁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최근 공동주택 소음 문제를 집중 지적하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층간소음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경실련 측은 “사후확인제의 경우 성능검사기준에 미달하더라도 검사권자가 보완 시공 등의 권고 조치밖에 할 수 없어 층간소음 저감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동주택 신축 시 층간소음 전수조사를 의무화하고, 층간소음 기준 초과 시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