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어떤 반전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문화부 부장

<완벽한 로봇 강아지 톨>의 한 장면. 느림보 제공 <완벽한 로봇 강아지 톨>의 한 장면. 느림보 제공

반전, 일의 형세가 뒤바뀜 또는 위치가 반대로 됨. 사람들은 반전이 있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예상했던 뻔한 결말 대신 반전이 있을 때, 심지어 그 반전의 정도가 클수록 더 격하게 반응한다. ‘반전’을 품고 있는 그림책에서 우리는 어떤 결말을 보게 될까?

<돌아갈 수 있을까?>(한솔수북)는 이상옥 작가가 글을 쓰고, 이주미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펭귄마을에 일이 생겼다. ‘쩌저적’ 소리를 내며 빙하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북극곰, 하프물범, 바다코끼리, 황제펭귄, 남극물개 등 북극과 남극에 사는 동물들이 모두 모였다. 삶의 터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물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얼음을 끈으로 묶어보자, 테이프로 붙여보자 떠들썩한 가운데 “이사를 가 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바다 한가운데 있다는 멋진 무지개섬으로. 동물들은 대왕고래의 등에 올라타고 ‘구원의 섬’을 향해 출발했다. 드디어 무지개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쁨의 환호도 잠시. 그들 앞에는 알록달록 거대한 쓰레기섬만 있었다. 아기 펭귄이 말했다. “우리 돌아갈 수 있을까요?’

<완벽한 로봇 강아지 톨>(느림보)은 조각가로 활동하는 세도나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지우네 가족은 강아지 별이를 위한 특별한 생일선물을 준비했다. 별이를 똑 닮은 로봇 강아지다. 톨이라는 이름의 로봇 강아지는 조용하고 깨끗하고 똑똑하다. ‘완벽한 로봇 강아지’는 ‘그냥 강아지’와 비교가 안 된다. 결국 시끄럽고 더럽고 멍청한 강아지 별이는 집 밖으로 밀려난다. 톨은 점점 더 똑똑해졌고, 그 완벽함에 감탄한 지우 가족은 톨의 고향을 방문하기로 한다. 지우 가족이 여행을 떠난 뒤 톨은 컴퓨터에서 뭔가를 검색하고 주문 버튼을 누른다.(그림) 돌아온 지우 가족 앞에는 꽉 잠긴 문과 그 앞에 붙은 쪽지 한 장만이 기다린다. ‘완벽하지 못한 주인은 집 밖에 있어야 해!’

두 그림책의 반전은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지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인간. 자신을 영원한 갑으로 착각하고 있는 인간 앞에 극적인 반전이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드는 건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