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춘문예-동시 심사평] 호기심을 부르는 재미·신선함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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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응모 편수는 동시 709편, 동화 190편으로 창작 열기가 대단했다. 동시는 쉬우면서도 강한 울림이 있어야 하는데 어린이에게 낯선 소재가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렇지만 작년보다 소재가 다양하고 시를 다루는 수준이 높았다. 동화는 대체로 문장을 오래 연마해온 흔적이 뚜렷하여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런데 서사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 창조에는 대부분 소홀하여 독자를 사건 속으로 훅 끌고 들어가지 못해 이야기의 재미를 돋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본선에 오른 작품은 동시 네 편과 동화 두 편으로 모두 여섯 편이었다. 동화 ‘나는 누구일까요?’는 문장이 건강하고 제목도 좋았다. 그런데 누군지 밝혀보려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독자에게 힌트도 안 남기고 작가 혼자 가버리는 바람에 쫄깃쫄깃한 서사를 만들지 못했다. 어려운 상황의 그 ‘누구’는 뚜렷한 캐릭터가 없어 스스로 극복하는 서사를 만들지 못하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여 안이한 결말이 되었다. ‘탐정 구구’는 캐릭터와 문장도 살아 있었으나 마지막에 탐정보다는 착한 어른으로 캐릭터가 변경된 것이 사족이었다. 동시 ‘링거’와 ‘할머니 뿔’은 함축미가 뛰어나고 재미있으나 나머지 작품들의 수준이 고르지 않았고, ‘소 한 마리’는 은유가 돋보였으나 간결미가 부족하였다. 마지막 남은 ‘스프링클러’는 문학적 상상력이 뛰어나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재미와 신선함이 압권이었다. 작품 수준이 고른 것으로 보아서 오랜 습작 시기를 거쳤다고 보여 당선작으로 뽑는 데 이견이 없었다. 꾸준한 정진을 바란다. 심사위원 구옥순 동시인, 배유안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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