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야기를 담아 세계로 뻗어가는 K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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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숙 동의과학대 호텔외식조리과 교수

2000년대 초 약 3년간 일본 생활을 하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향수 때문에 한국 음식점을 여기저기 찾아다니곤 했다. 그 당시 돌솥비빔밥(이시야키비빔밥), 너비아니 구이(야키니쿠)와 냉면이 일본 현지에서의 가장 일반적인 한국 음식이었다. 그런데 돌솥비빔밥에는 고추장 대신 간장이 들어갔고, 한국식 너비아니 구이는 일본식 '타래'를 찍어 먹는 방식이었다. 토종 한국인인 필자는 이상하다 여겼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일본 음식도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밥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아닐까 싶다. 일본의 김밥 마키는 밥을 단촛물로 간을 하지만 우리는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한다. 김밥은 소박한 서민 음식이지만 김밥의 소는 한국 궁중음식의 기본인 오색 재료가 모두 들어가 화려하다. 입안에서의 식감도 매우 역동적이다.

K푸드는 온라인 문화 콘텐츠 소비의 확산으로 K팝 스타, ‘먹방’ 등과 결합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상품성이 높아졌다.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 여주인공이 '치맥'을 즐기는 모습이 등장하면서 치맥을 먹기 위해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이들이 늘었다. 영화 '기생충'의 글로벌한 성공 덕분에 '짜파구리'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져 라면 수출이 급증했다. 몇 해 전 BTS의 RM이 라이브 방송 도중 "붕어빵 때문에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해 길거리 음식인 붕어빵이 영국 런던 소호의 비비고 매장에서 프리미엄 디저트로 개발돼 판매된 적도 있다. 생각해 보면 K푸드는 멋지고 화려한 음식이 아닌 한국인이 일상 식생활에서 즐겨 먹는 소박한 음식들이다. 그러면 외국인들이 K푸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식에 스토리가 담기면서 세계인들은 K푸드를 찾게 됐고 이를 매개로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K푸드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떡볶이, 제육볶음, 라면이나 냉면 같은 특정 요리나 음식으로 나갈 수도 있지만, 현지 음식에 맞는 소스로서 개발하고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K푸드를 밀키트 형태의 가정간편식으로 개발하거나 개개인의 건강 상태나 질환, 식문화와 종교 등의 사회적 환경을 고려한 현지의 식재료를 K푸드로 재해석해 소비자 맞춤형 레시피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하는 ‘2022 Korea Food Week’를 관람하기 위해 학생들과 함께 서울 코엑스를 찾았다. 푸드테크관에선 음식 주문이 키오스크로 이뤄지고, 밀키트로 바로 조리된 음식은 로봇이 서빙하고, 커피는 로봇 바리스타가 만들었다. 급성장한 ‘푸드 테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조리사를 꿈꾸는 우리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앞으로 조리사들은 조리실무 능력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 같고, 세계의 식재료와 음식을 이해하면서 K푸드에 적용해 해외 현지 입맛에 맞는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할 수도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푸드 테크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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