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개선했더니… 연산역 환승시간 182초→109초로 단축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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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선 환승 표기 디자인 바꿔
발 빠짐 사고도 문구 개선 후 ‘0’
시민·전문가 6개월 협업 결과물
2억 들여 6개 과제로 사업 확대

부산도시철도 3호선 연산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하는 안내 표시 개선 전(위)과 부산 시민공감 디자인단의 참여로 개선된 환승 사인. 개선 이후 환승 시간이 40% 단축됐다. 부산디자인진흥원 제공 부산도시철도 3호선 연산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하는 안내 표시 개선 전(위)과 부산 시민공감 디자인단의 참여로 개선된 환승 사인. 개선 이후 환승 시간이 40% 단축됐다. 부산디자인진흥원 제공

부산도시철도의 최대 환승역 중 하나인 1·3호선 연산역의 환승 표기 디자인을 개선했더니 환승 시간이 40%나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 거리가 멀어 발생하는 발 빠짐 사고도 ‘발 빠짐 주의’ 문구 디자인을 개선한 이후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부산 시민과 디자인 전문가가 힘을 합쳐 6개월 동안 연산역의 공공 서비스 디자인을 개선한 결과물이다.

부산디자인진흥원과 부산교통공사는 1일 "지난달 28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부산 시민공감 디자인단’의 첫 번째 과제 성과 공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부산 시민공감 디자인단이 연산역을 속속들이 조사한 결과 하루 약 4만 7000명이 이용하는 거대 환승역인 연산역의 역사는 크고 복잡한 구조여서 환승이 어렵고 승강장 발 빠짐 같은 안전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컸다.

기존 환승 안내 표기 디자인은 부산도시철도의 다른 역사와 마찬가지로 각 호선을 상징하는 색깔과 화살표로 고개를 들어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특히 3호선 연산역에서 1호선 연산역으로 환승할 경우, 다대포해수욕장행과 노포행의 이동 경로가 달라 이용객이 헤매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환승 사인 표기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눈높이에 맞춰 크게 설치하고, 가려고 하는 방향이 헷갈리지 않도록 확실하게 표기하도록 디자인을 개선했다. 그 결과 3호선에서 1호선으로 환승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82초에서 109초로 약 40% 단축되는 효과를 냈다.

승강장과 열차 사이 발 빠짐을 경고하는 표지도 대폭 개선했다. 종전에는 스크린 도어에만 작게 표기했다면 눈에 더 잘 띄도록 ‘발 빠짐 주의’ 표지를 스크린 도어와 역사 바닥에 붙여 이어지도록 연결하고, 표지 바탕을 노란색으로 해 눈에 확 띄도록 디자인했다.

실제로 부산교통공사는 연산역 1호선 노포행 승강장 바닥에 ‘발 빠짐 주의’ 표지를 부착한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동안 발 빠짐 사고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표지 부착 전인 지난해 6~9월 4개월 동안 해당 장소에서 발 빠짐 사고가 1건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안전 문제가 개선됐다.

이외에도 법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는 ‘화재 대비 용품 보관함’도 눈에 더 잘 띄는 디자인으로 개선하고 사용 편의성도 높였다.

기존에는 하나의 캐비넷에 용품이 같이 들어 있었다. 보관함을 ‘SOS 비상구급구역’으로 개편하고 공기 호흡기, 비상 조명등, 소화기, 구호용품으로 분리해 실제 재난 발생 때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 시민공감 디자인단은 지난해 6월 주민, 학생, 지체장애인과 시각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비롯한 시민과 디자인 전문가, 부산디자인진흥원과 부산교통공사 두 기관이 결성했다. 전국 최초로 시민이 공공 디자인에 참여한 사례다.

이날 성과 공유회 이후 시민공감 디자인단의 활동이 효과를 거뒀다고 보고 올해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배기범 부산디자인진흥원 진흥본부장은 “부산의 16개 구·군을 대상으로 총 6개 개선 과제를 선정하고 약 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부산시와 함께 부산디자인진흥원은 ‘아름다운 우리 동네 시민공감 디자인단’을 꾸려 부산의 도시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강필현 부산디자인진흥원 원장은 “시민이 참여하는 디자인 활동을 확산해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하고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부산 공공 디자인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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