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손만 떨리고 행동 느려졌는데…혹시 파킨슨병?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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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 떨림, 느린 행동, 불편한 걸음 등 증상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부족해서 발생
약물 복용, 운동 꾸준히 하면 일상생활 가능

파킨슨병은 약물 복용 등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파킨슨병은 약물 복용 등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최근 ‘오리지널 약 국내 철수’로 파킨슨병이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파킨슨병이나 치매 같은 퇴행성 뇌질환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치매에 비해 파킨슨병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 그래서 증상이 있어도 방치하거나 뒤늦게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가 많다. 관련 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파킨슨병의 첫 증상이 나타난 후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린 경우가 전체 환자의 절반이었다.


■떨리고, 느리고, 뻣뻣하고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떨림, 느려짐, 뻣뻣함, 불편한 걸음이다. 떨림 증상은 손과 발, 턱 등 어느 부위에도 나타날 수 있지만, 발병 초기에는 주로 한쪽 손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느린 움직임은 초기에는 주로 한쪽 팔다리에 나타나기 때문에 한쪽 손으로 섬세한 활동을 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예를 들면 단추 잠그기가 힘들고, 손 글씨를 쓸 때 크기가 점점 작아지며, 걸을 때 한쪽 다리가 약간 끌릴 수 있다. 뻣뻣한 증상은 초기에는 오십견이나 관절의 통증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고 몸이 앞으로 굽어지기도 한다. 걸음과 관련한 증상으로는 ‘종종걸음’을 걷거나 발이 땅에서 잘 안 떨어지고 잘 넘어지게 된다. 환자 본인이 증세를 느끼는 경우보다 주위에서 행동이 느리다든지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럽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만드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뇌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면서 필요한 만큼의 도파민이 만들어지지 않게 된다. 도파민을 만드는 뇌세포가 왜 일찍 죽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부족해진 도파민을 보충하거나 도파민의 작용을 돕는 약물을 복용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또한 파킨슨병과 연관된 여러 가지 증상을 조절하기 위한 다양한 약물이 있는데, 기억력장애, 우울, 환시 증상, 수면 장애, 소변 장애, 변비 등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약물을 같이 복용하기도 한다.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신경과 김상진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백병원 제공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신경과 김상진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백병원 제공

■꾸준한 약물 복용과 운동 필수

현재로서는 파킨슨병을 완치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발병 초기에 진단받아 약물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면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면서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약물을 꾸준히 잘 복용하면 행동이 느려지거나 보행이 힘든 증상들이 개선되고 삶의 질도 올라간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약물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규칙적인 운동이다.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는 체조와 걷기가 있으며,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더 좋다. 하루에 1시간~1시간 30분 동안 땀이 약간 날 정도가 적당하다. 운동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 활동에도 크게 도움을 줘서 기억력 향상이나 우울감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운동이 파킨슨병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신경과 김상진 교수는 “파킨슨병 수술은 약물로 더 이상 증상 조절이 힘들거나 여러 이유로 약물 복용이 힘든 경우에 시행하지만 완치를 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수술 이후 약물을 줄일 수는 있지만 약물은 계속 복용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수술에 적합한 신체·정신적 조건을 갖추고 있고 수술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우에만 수술을 고려한다.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파킨슨증후군은 파킨슨 약물에 반응이 적고 병의 진행도 빠르며 수술로 효과를 보기 힘들다.


정상인(왼쪽)과 파킨슨병 환자의 도파민 분비를 촬영한 PET-CT 사진. 정상인에 비해 파킨슨병 환자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확연히 소실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산백병원 제공 정상인(왼쪽)과 파킨슨병 환자의 도파민 분비를 촬영한 PET-CT 사진. 정상인에 비해 파킨슨병 환자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확연히 소실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산백병원 제공

■만성질환이라 생각하고 관리해야

파킨슨병에 특별히 좋은 음식이나 나쁜 음식이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식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며, 과도한 지방식이는 줄이고 식물성 식이와 생선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부산백병원 신경과 김상진 교수는 “파킨슨병의 진행 속도가 느린 환자들을 보면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낙천적인 경우가 많다”며 “완치가 어렵다고 절망하기보다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만성질환의 하나로 생각하고 평생 같이 가야 하는 친구 같은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파킨슨병은 개인의 병이 아니라 가족의 병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족들이 느끼는 부담도 상당하다는 말이지만 가족들의 따뜻한 격려와 보살핌이 환자에게 큰 힘이라는 의미도 있다. 외형적으로 몸이 굳어지고 행동이 느려지면서 마음도 함께 굳어지고 움츠러드는 병이기 때문에 가족들의 응원과 도움이 필요하다.

파킨슨병을 예방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지만 꾸준한 운동과 집중력·판단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독서 등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또한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아서 몸 상태를 점검하고 파킨슨병과 관련된 증상이 느껴지면 빨리 가까운 전문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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