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성수기인데, 값은 되레 뒷걸음질…남해안 굴 어민 울상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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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집단폐사 피해 후유증 탓
생산량 40% 가량 감소 불구
소비 위축에 단가 15% 하락
젊은 소비자 새우젓 선호 경향
‘김장철 특수’도 예년만 못해

굴수하식수협은 지난달 14일 경남 통영 본소 위판장에서 ‘2024년 생굴 초매식’을 열었다. 초매식은 수협 공판장에서 진행되는 첫 경매 행사다. 업계는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생산 시즌에 돌입, 이듬해 6월까지 출하 시즌을 이어간다. 부산일보DB 굴수하식수협은 지난달 14일 경남 통영 본소 위판장에서 ‘2024년 생굴 초매식’을 열었다. 초매식은 수협 공판장에서 진행되는 첫 경매 행사다. 업계는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생산 시즌에 돌입, 이듬해 6월까지 출하 시즌을 이어간다. 부산일보DB

제철 맞은 경남 남해안 굴 양식업계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여름내 기승을 부린 역대급 고수온 후유증으로 가뜩이나 생산 차질이 심각한 상황에 소비마저 얼어붙으면서 가격 형성은 더디기만 하다. 설상가상 생굴보다 새우젓을 선호하는 젊은층이 늘면서 기대했던 김장 특수마저 예년만 못해 어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11일 경남 통영 굴수하식수협에 따르면 지난달 초매식(첫 경매) 이후 10kg 들이 1상자 평균 9만 원대에 머물던 생굴 위판 단가가 이달 들어 12만 원 대로 뛰었다. 최근 강원,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김장이 시작되면서 일부 소비가 살아난 덕분이다.

가격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만, 속내는 딴판이다. 수협은 앞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하던 공판장 경매를 월‧수‧금요일 3일로 단축했다. 당장 물량 수급이 여의찮은 데다 가격도 기대에 못 미치자 내놓은 고육책이다.

지난여름 남해안을 덮친 고수온에 굴 양식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바닷물 온도가 30도를 웃도는 이상 고온 현상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어린 굴이 제때 성장을 못한 데다, 뒤늦게 ‘산소부족물덩어리(빈산소수괴)’ 등 이상 조류까지 겹쳐 출하를 앞둔 성체 상당량이 떼죽음했다.

수협 관계자는 “당시 양식장 3곳 중 1곳이 피해를 봤다. 심한 곳은 전량 폐사나 다름없었다”며 “봄에 입식한 어린 굴은 아직 살이 오르지 않아 평소 물량을 소화하려면 작업량을 배로 늘어야 하는 탓에 작업장마다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경매일 수는 줄었지만 하루 평균 위판량은 100t 남짓으로 작년과 엇비슷하다. 주 단위로 보면 매주 200t가량이 줄어든 셈이다. 공급이 줄면 으레 값은 오르기 마련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격은 되레 뒷걸음질이다. 최저 단가라도 맞추려 물량 조절을 통해 억지로 끌어올린 게 지금 가격이다. 이마저도 평균 14만 원대였던 작년과 비교하면 15%가량 폭락한 수준이다.

수협 관계자는 “불경기에다 상품성 이슈까지 물린 상황이라 단기간에 큰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안팎 악재를 고려하면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지만, 작년이 예년에 비해 유독 좋았던 터라 (부진에 대한)어민들 체감도가 더 큰 듯하다”고 귀띔했다.

굴수하식수협은 지난달 14일 경남 통영 본소 위판장에서 ‘2024년 생굴 초매식’을 열었다. 초매식은 수협 공판장에서 진행되는 첫 경매 행사다. 업계는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생산 시즌에 돌입, 이듬해 6월까지 출하 시즌을 이어간다. 부산일보DB 굴수하식수협은 지난달 14일 경남 통영 본소 위판장에서 ‘2024년 생굴 초매식’을 열었다. 초매식은 수협 공판장에서 진행되는 첫 경매 행사다. 업계는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생산 시즌에 돌입, 이듬해 6월까지 출하 시즌을 이어간다. 부산일보DB

관건은 최대 소비처인 수도권 김장 시즌이다. 굴 양식업계는 초매식을 기점으로 이듬해 6월까지 생굴을 생산한다. 이 기간 수도권 김장이 시작되는 11월 중순에서 남부 지방 김장이 마무리되는 12월 말까지를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는다. 김장에 감칠맛을 더하는 천연 재료로 굴이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고물가에도 배추, 고춧가루, 마늘 등 김장 주 재료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유지해 김장 수요도 덩달아 늘 것으로 예측됐다. 그런데 ‘새우젓’이 복병으로 등장했다. 굴 특유의 비릿한 향을 싫어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새우젓이 내는 깔끔한 맛을 선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도 그해 작황, 생산량에 따라 가격과 수급에 부침이 심한 생굴보단,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새우젓을 취급하는 게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김장 수요가 많은 수도권과 내륙지역을 중심으로 이런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게다가 올해는 경기도 너무 바닥이라 어민들이 기대하는 정도의 드라마틱한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고 했다.

업계는 당분간 소비 활성화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 우선 오는 13일 개막하는 ‘대한민국 수산대전-코리아수산페스타’를 통해 소비 심리를 자극한다. 이는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 전국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등이 손잡고 수산물 구매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특별전이다. 이어 17일 생굴 최대 산지인 통영에서 ‘한려수도 굴축제’를 열어 한 번 더 분위기를 띄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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