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 본격 고심하는 尹…관건은 범위와 시기
해외순방 후 이달 말 가능성도…국회 예산안 처리 이후가 유력
총리 포함한 중폭 개각설…대통령실 '한남동 라인' 거취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제29회 농업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영상을 통해 축하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분위기 반전을 위한 인적 쇄신 구상에 본격 착수했다. 이번 개편은 임기 반환점을 맞아 각종 의혹으로 난맥상이 불거지고, 취임 이후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여권 전체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전언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직접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말한 ‘적절한 시기’가 언제인지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장 가까운 시기로는 해외순방을 마친 이달 하순이 거론된다. 이때부터 단계적으로 개각 발표와 함께 대통령실 참모진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민들에게 인적 쇄신을 하겠다고 직접 언급한 만큼 하루라도 빨리 이를 단행해야 쇄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름도 남지 않은 시점에 개편에 들어가기에는 벅차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인적쇄신 및 개각은 대통령께서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쇄신의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 벌써부터 인재풀 검증에 들어갔다”면서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응, 해외순방도 있어서 당분간은 ‘외교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통과도 앞두고 있고, 그래야 민생도 잘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내달 중순께 국회에서 예산안을 처리한 이후 본격적인 쇄신 국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해 일부 인사는 예산안 처리 전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인적 쇄신의 범위도 관심이다. 내각에서는 정부 출범 당시 임명돼 ‘장수 장관’으로 불리는 이상민(행정안전부), 이주호(부총리 겸 교육부),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이 먼저 거론된다. 하지만 쇄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5~6개 부처 장관을 포함하는 중폭 개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한 총리의 경우 지난 4월 총선 참패 직후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임을 구하지 못해 윤 대통령이 사실상 재신임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이 교체 대상에 포함될지가 최대 변수다. 여권 전체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 비서실장부터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다만 아직 임명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아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볼 때 이번에는 빠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윤 대통령이 당정 관계, 대야 관계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홍철호 정무수석도 정치적 중량감이 큰 인사로 바뀔 가능성이 없지 않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김건희 여사와 가까운 것으로 지목되는 이른바 ‘한남동 라인’을 정리할지 여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공식적으로 교체를 요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강훈 전 정책홍보비서관이 지난 8일 한국관광공사 사장 지원을 자진 철회한 것이 일종의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음주운전으로 2개월간 정직 징계를 받은 뒤 이번 주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던 강기훈 국정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무관치 않다고 한다. 강 선임행정관은 지난 6월 면허 취소 수준 상태로 음주운전을 해 벌금 8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경질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