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서학개미’ 바닥 기는 ‘동학개미’
미 주식 보관액 첫 1000억 불 넘어
투자 늘고 추가 상승 기대감 작용
국내 증시 장시간 박스권 맴돌아
11일 오후 3시 30분 현재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한화 약 140조 원)를 넘었다. 장기간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 대신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미국 증시로 ‘투자 이민’을 떠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효과로 미국 증시가 추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에 자금 유입과 평가액이 늘어난 영향도 작용했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 7일 기준 1113억 6570만 달러(약 141조 7295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대장주 삼성전자 시가총액(378조 6000억 원)의 37.4%에 해당하고,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 시총(145조 1000억 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는 코로나19 이후 크게 늘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과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미국 증시의 상승 탄력이 한국 증시를 앞섰기 때문이다. 2019년 말 84억 달러 수준이었던 미국 주식 보관액은 2022년 말 약 442억 달러, 지난해 말 680억 달러로 불어났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세계적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대신 관세 등 무역장벽 강화로 수출 의존도가 큰 국내 기업들의 입지는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동학개미’의 국내 증시 외면은 극심해질 전망이다. 코스피의 증시 회복력이 주요 20개국(G20) 중 사실상 꼴찌 수준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 지수는 2561.15로 블랙먼데이 직전인 지난 8월 2일과 비교하면 7.8% 하락했다. 같은 기간 G20의 주요 지수 수익률과 살펴보면 러시아(-19.83%), 튀르키예(-17.15%)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낙폭이다. 전쟁 중인 러시아나 물가상승률이 50%까지 치솟은 튀르키예와 비교하면, 코스피의 회복력은 G20 중 꼴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