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의 의미 [현장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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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란 부산교사노조 사무처장

아이의 학교에서 전교생이 함께하는 대운동회를 했다. 운동회 당일 날씨는 화창했고, 운동장은 꽉 찼다.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서 운동회에 참가했고, 열심히 응원했다. 다양한 구성과 사회자의 능숙한 진행과 입담에 참 재미 있는 시간이었다.

옥에 티도 있었다. 운동회 내내 사회자는 같은 말을 반복해야 했다. “어머님! 아버님! 뒤에 앉아 있는 1학년 친구들은 경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 자리로 들어가주세요!”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열린 운동회다 보니 자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학부모들이 우르르 달려 나와 1학년 학생들의 시야를 가리고 말았다. 일부 학부모들은 사회자의 거듭된 안내에도 꿋꿋이 자신의 아이를 찍는 데에만 열중했다. 그 와중에도 1학년 아이들은 친구, 선배들을 열심히 응원했다.

삐뚤빼뚤 입장하고 우르르 퇴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몇 년 전 운동회 지도를 했던 때가 떠올랐다. 당시 운동회 연습은 한 달 전부터 줄 맞춰 입장하고 퇴장하는 연습에서 시작했다. 땡볕에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겨우 달래가며 줄을 똑바로 서라고 호통도 치며, 그렇게 연습을 했다. 운동회 당일에는 칼각으로 입장·퇴장하고 멋진 단체 무용을 보여줬지만 하룻동안의 뿌듯함 뒤에 남은 것은 그간 밀린 진도뿐이었다.

이런 ‘보여 주기식’ 운동회와 학예회 이후 빚어지는 교육과정 파행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면서 수년 전부터 대운동회는 학년별 소체육회로 바뀌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친 뒤에는 대운동회를 하는 학교들이 다시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운동회가 자신의 꿈과 끼를 발산하고, 협동하며,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교육적인 행사임은 분명하다. 다만 행사 연습으로 인해 소비되는 수업 시간과 그로 인한 아이들의 학습 공백을 메워야 하는 선생님들의 노고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 학생들을 위해서도 앉아서 대기하는 시간이 경기하는 시간보다 많은 대운동회보다는, 비록 줄은 좀 맞지 않더라도 과도한 사전 연습 없이 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체 경기와 개인 달리기, 계주로 이루어진 소체육대회가 더 긍정적이지 않을까? 학교의 행사가 과연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어른들이 생각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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