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 참배 인사 파견, 결국 한국 정부 불참
세계유산 등재 때 약속 불구 무성의 일관

올해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사도광산에서 24일 열린 조선인 노동자 등을 추모하는 추도식이 한국 정부의 불참 속에 결국 반쪽짜리 행사로 치러졌다.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의 모습. 연합뉴스

올해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사도광산에서 24일 열린 조선인 노동자 등을 추모하는 추도식이 한국 정부의 불참 속에 결국 반쪽짜리 행사로 치러졌다. 추도식에 태평양전쟁 전범이 합사된 신사를 참배한 인물을 정부 대표로 참석시킨 일본 정부의 진정성 없는 태도에 한국 정부가 불참을 결정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행사 하루 전 “당국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고, 일본 정부는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따져보면 이번 반쪽 추도식은 일본이 오히려 한국의 뒤통수를 친 것과 마찬가지다. 일본 측이 당초 세계유산 등재 때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탓이다.

일본 정부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 2000여 명이 강제 노역했던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한국에 두 가지를 약속했다. 강제동원 역사를 알리는 전시물을 유적 현장에 설치하는 것과 일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추도식 개최가 그 내용이다. 국가 간 약속이었지만 이후 일본은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전시물에 ‘강제’라는 표현이 없음은 물론 추도식 명칭도 누구를 추모하는지조차 모호한 ‘사도광산 추도식’으로 정했다. 심지어 추도사 중 조선인 노동자를 위로하는 내용이 포함되는지 여부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맹탕 추도식’이다. 누가 보더라도 일본 정부의 진정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결정적으로 일본은 추도식 정부 대표로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력이 있는 인물을 보냈다. 말로 다할 수 없는 일제의 가혹한 강제 노역에 시달린 조선인 노동자를 위로하는 추도식에 가해자였던 전범을 참배했던 인물을 보낸 것은 한마디로 유족을 모욕하는 행위와 같다. 한국 측의 문제 제기가 아니라도 처음부터 이런 인물은 피해야 마땅했다. 안 그래도 일본은 군함도 등재 때 희생자를 기념하는 정보센터 설치 약속도 아직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인들로부터 ‘역시 못 믿을 일본’, ‘뒤통수 친 일본’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한국 내 여론이 이렇다면 앞으로 한일 관계 역시 장담하기가 어렵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 관계는 한국의 많은 양보로 순항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본의 무성의함이 지속된다면 일순간 돌변할 수 있는 것이 한일 관계의 특수성이다. 한국 내 여론은 그동안 거듭된 양보에도 불구하고 이에 걸맞은 일본의 호응이 없다는 불만이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민감한 역사 현안까지, 그것도 이미 약속한 내용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면 일본에 대한 신뢰는 갈수록 기대하기 어렵다. 내년이면 60주년이 되는 국교정상화의 의미 역시 반감될 게 뻔하다. 물론 한국 정부의 외교적 대응이 미덥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와 별개로 일본이 한일 관계를 중시한다면 이런 식은 정말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