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전용홀’ 시대, 기존 시설도 최적 활용법 찾아야 [부산문화 도약에서 비상으로]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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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지각 변동’ 앞둔 부산 공연장

공연장별 역할 분담 못지않게
대공연장 채울 방안 마련해야

50년 시민회관 리모델링 준비
연극 전용홀 등 다각도 검토를

극장 늘면 공연 질·관객 증가
문화가 공동체 위기 극복할 힘

(재)부산문화회관 차재근(왼쪽) 대표이사와 클래식부산 박민정 대표가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앞 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재)부산문화회관 차재근(왼쪽) 대표이사와 클래식부산 박민정 대표가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앞 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이제 부산도 내년이면 ‘클래식 전용홀’ 시대를 열게 된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두 곳이 문을 연다. ‘부산콘서트홀’과 ‘낙동아트센터’이다. 특히 내년 6월 개관 예정인 부산콘서트홀은 오는 2027년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와 함께 부산 공연장 지형 전반을 바꿔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총괄 운영하는 부산시 사업소 ‘클래식부산’ 박민정 대표와 ‘최고참’ 격인 (재)부산문화회관 차재근 대표가 만나 ‘지각 변동’을 앞둔 부산 공연장 시설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클래식 전용홀’ 시대가 갖는 의미는.

△차재근 대표(이하 차 대표)=수년간 다목적홀만 있다가 부산에 클래식 전용홀이 들어선다는 것은 공연장 정책에 있어서 다양성의 한 부분을 채우는 일이다. 중요한 건, 지금까지 공연장 정책과는 다른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박민정 대표(이하 박 대표)=클래식 음악이 단순히 서양음악이 아닌, 전 세계 보편의 음악 언어가 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BTS가 나오고, ‘클래식 한류’를 이야기하지만, 창작하고 평가하고 감상하는 베이스는 결국 클래식 음악이다. 더 나아가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극예술인 오페라, 발레, 연극과 같은 장르를 전문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인 오페라하우스 역시 중요하다. 글로벌 도시 개념에 있어서 마지막 퍼즐이 문화예술인데, 다양성을 확보하고 기본을 만드는 곳으로써 콘서트홀이나 오페라하우스는 중요하다. 이런 문화시설은 그 자체만으로 프라이드를 갖게 하고, 도시의 가치를 높인다.

부산콘서트홀 외관. 부산일보DB 부산콘서트홀 외관. 부산일보DB

-공연장별 역할 분담과 특성화 전략은.

△차 대표=역할 분담은 이미 어느 정도 나와 있다. 클래식부산은 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를 운영하기에 그곳은 클래식 음악에 맞춰져 있다. 다만 오페라하우스는 1년 내내 오페라로 채우는 것은 그 누구도 동의를 안 하므로 다양한 유사 장르를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표=역할 분담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파이가 하나 있는데 새로운 뭔가가 생겨서 이쪽 파이가 옮겨가면 어떡하냐를 걱정하는 것 같다. 새로운 극장이 생기면 또 새로운 예술 단체도 생겨나게 되고 외부 연주 단체도 부산을 찾을 것이고 기존 단체도 더 많은 연주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관객도 따라서 증가하며 결국 파이가 커지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 극장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가야 한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가 부산엔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제는 어떤 국내 투어도 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부산시향 연주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시향 연주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시향은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나.

△차 대표=부산문화회관 법인이 갖고 있는 50년 된 부산시민회관을 어떻게 활용할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현재 법인이 위탁경영 중인 시립예술단이다. 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엔 시립예술단이 상주할 공간이 없기 때문에 기존 구도에서 크게 흔들릴 건 없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시가 의지가 있다면 연습동을 새로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부산시향 입장에선 ‘시립’ 콘서트홀을 주 거점 무대로 활용하겠다는 것도 부정할 순 없다. 부산시향 내년 연주 스케줄이 나오면 클래식부산과 협의하겠다.

△박 대표=부산시, 부산문화회관, 부산시향과 논의가 필요하다. ‘1 프로그램-다회 콘서트’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예산이 수반되어야 가능하다. 베를린필하모닉이 전용홀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예술 단체가 하나의 극장 운영을 책임지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우리 극장을 필요로 하면 개방할 수 있다.

부산시민회관 외관. 부산일보DB 부산시민회관 외관. 부산일보DB

-2027년 오페라하우스가 개관하면 ‘시립 대공연장’이 4개가 된다.

△차 대표=1500석 이상 되는 대공연장 4개(1700석 민간 드림씨어터까지 치면 5개다)가 동시 가동되면 시설별 가동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큰 규모의 대공연장을 어떻게 역할 분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가령 재단법인 부산문화회관 같으면 시민회관 하나 정도는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자체 기획은 하지 말고 대관 기획만 전용으로 하는 방안이다. 독일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닉 사례를 보니 자체 기획은 없고 대관 기획만 하더라. 사실 시민회관과 문화회관을 합해 연간 기획 예산은 27억 원에 불과하다. 기가 막힌 노릇인데, 어쨌든 기획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없다면 하나 정도는 기획 예산을 투입 안 하는 게 필요하다.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내부. 부산일보DB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내부. 부산일보DB

-연극 전용 극장 요구가 있다.

△차 대표=시민회관 소극장을 연극 전용홀로 하는 건 나쁘지 않다. 다만, 연극 전용홀로 하려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소극장 하나만으로는 파급 효과가 작다. 소극장과 대극장을 원스톱으로 진행해 드라마 멀티플렉스를 구상해도 좋겠다. 소극장도 여러 개 넣고, 연극 단체 연습 공간이나 공유 오피스센터가 들어가는 식으로 말이다.

△박 대표=이 모든 게 수많은 예산이 동반돼야 하는 거라 쉽지 않겠지만, 공연 예술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공연 예술은 찰나의 예술이고 시간과 공간이 너무나 제한돼 있다. 어느 순간 ‘순수 예술=공연 예술’이 되어 버렸고, 충분한 예산 지원도 이뤄지지 않는다. 오페라하우스도 개관하면 분명히 랜드마크가 될 텐데, 지을 때 충분한 예산이 투입돼야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연극. 무용 전용 등 극장이 늘어나면 공연도 늘어나고 수준이 높아진다. 그런 부분에 신뢰가 생기면 관객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클래식부산 박민정 대표. 이재찬 기자 chan@ 클래식부산 박민정 대표. 이재찬 기자 chan@

-제작극장 이슈와 맞물려 공연장에도 지역 예술인 안배를 요구한다.

△차 대표=지역 예술 진흥에 관한 것은 중간 지원 조직인 문화재단 지원 시스템 안에서 다뤄져야 한다. 공연장, 즉 극장이라는 것은 시민한테 수준 높은, 좋은 콘텐츠를 공급하는, 시민을 향한 시설이다.

무엇보다 도시 경영 그룹에서 문화적 삶이 가진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류가 가진 경제적 자본재 가운데 문화유산, 문화 자본재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건 없다. 시민들이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이용하고, 문화적 삶을 살아가는 시간만큼은 지구 위기나 인류 공동체 위기 속도를 늦추거나 해결할 수 있다. 문화야말로 공동체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귀중한 자본재라는 인식으로 시민들이 문화적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늘리고, 정책의 최상위에 놓도록 해야 한다.


(재)부산문화회관 차재근 대표이사. 이재찬 기자 chan@ (재)부산문화회관 차재근 대표이사. 이재찬 기자 chan@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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