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그로테스크한 공원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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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현 '공원 생활'

문소현 '공원 생활'.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문소현 '공원 생활'.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문소현은 영상 설치, 비디오,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는 영상 미디어 작가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미디어아트를 전공한 그녀의 초기 작업은 두 전공을 잘 접목한 퍼핏 애니메이션이다. 직접 제작한 인형을 조금씩 움직이며 한 장면씩 촬영해 완성되는 퍼핏 애니메이션은 장시간의 노동과 인내심이 요구되는 작업으로, 그녀의 작품은 등장과 함께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고 2008년 자그레브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파노라마 부문에도 소개되며 영화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는 그녀의 퍼핏 애니메이션은 상당히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애니메이션 작업 중 주목할 만한 작품은 ‘공원 생활’(2015-2016)로, 12채널 퍼핏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되는 비디오 설치 작품이다. 평균 20~30분 정도로 단편영화의 분량이다. 이 애니메이션의 장소적 배경은 도심 속 치유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공원이다. 어둠이 찾아오면 공원은 우리가 몰랐던 기괴하고 낯선 장소로 변화하며 어두운 공원을 활보하는 이는 도시 생활에서 낙오된 사람들이다. 이들이 하나 둘 씩 모여 자신들만의 오락을 즐기며 난장을 벌리다가 밝아오는 해와 함께 유령처럼 사라지는 서사로 이뤄진다.

영상 속 인물들은 개를 데리고 산책하거나 샘솟는 검은 물을 바라보거나, 투계(鬪鷄)하는 등 일상과 비일상을 오가는 여가 행위를 즐긴다. 가면을 쓴 것처럼 동일한 얼굴을 지닌 이들을 보면 기이함과 혐오감이 일어난다. 긴장과 불안이 감도는 이들의 행위와 그로테스크한 시각적 요소, 불편한 사운드가 조합된 작품의 분위기는 도시 이면에 내재한 만연한 우울감과 어둠과 닮아있다.

작가는 평범해 보이는 ‘공원 생활’이라는 제목과 대비적인 영상을 통해 도시라는 복합적인 장소와 도시 생활자인 우리의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도시 속 과열된 욕망과 만연한 우울, 자유와 속박 등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도시와 그 속에 익명화된 사람들인 우리는 과연 행복한지, 실존적 삶은 무엇인지 자문한다. 그녀의 그로테스크한 표현법은 흡입력 있게 관객을 영상에 더욱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작품에 즐겨 사용하는 작가에게 어둠은 단순히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진실을 감추고 있는 요소이다.

작가는 사회의 부조리를 더욱 짙은 어둠으로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함으로써 당면한 문제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주인공 그레고르가 잠자리에서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가족들에게 외면당해 말라 죽어가는 역겨운 장면과 같이 문소현의 ‘공원 생활’은 도심의 이면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과 인간 소외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작품은 도시의 익명성, 그로 인해 초래되는 소외와 단절을 통해 현대인의 불안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도시와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작품은 부산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박한나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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