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 높이 담장에 철조망까지… "범죄 단지, 마치 요새 같았다”
캄보디아 현지 찾은 부산 경찰
"서둘러 공조 수사 강화를" 강조
“담장만 3~5m 높이에 철조망까지 단지를 둘러싸고 있어 마치 요새 같았습니다.”
16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피싱 범죄를 수사 중인 부산 서부경찰서 오영훈(사진) 수사과장은 지난 8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확인한 범죄 단지에 대해 이와 같이 기억했다. 그는 지난 7월 8000만 원 상당의 투자 리딩 사기 피해가 접수되자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 캄보디아 프놈펜을 찾았다. 그는 2박 3일간 프놈펜 외곽 원구 단지 일대를 돌며 범죄 단지 3곳을 탐문했다. 오 과장은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경찰수사대장으로 근무했다. 지난해 10월 캄보디아로 대포 통장을 보내려던 총책과 조직원 9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그는 범죄단지에 대해 “요새 같았다”고 회상했다. “담장과 철조망 외에 건물 내외부 CCTV도 수십 대씩 달려 있었다”며 “경비가 건물 입구와 내부를 지키고 있어 몰래 들어가기도 나가기도 어려운 구조였고, 하나의 사업체 같았다”고 말했다.
범죄 일당은 대부분 SNS를 통한 구인 광고로 피해자를 모집하고 있다. SNS에 1000만~5000만 원 수준의 월급을 주겠다거나 숙박·항공료 무료라는 미끼를 던져 한국인들을 유인한다. 오 과장은 “현장에서는 간단한 통장 업무라며 안심시킨 뒤 여권과 통장을 빼앗고 범죄에 동원한다”며 “범죄 단지 일대는 겉보기에 일반 주거지와 다르지 않아 피해자들이 경계심을 풀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를 현지 치안 부실과 우후죽순 늘어난 한국인 브로커 때문이라고 본다. 오 과장은 “지난 8월 캄보디아 방문 전 캄보디아 현지 경찰에 연락해 수사 협조를 요청했으나 현지 경찰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최근 범죄 조직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한국인 브로커가 늘어나 피싱, 투자 리딩 사기 등 범죄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합동대응팀이 현지에 도착했는데 더 적극적으로 공조를 요청해야 한다”며 “범죄 단지가 몰린 지역에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하고 경찰 인력을 늘리는 계획도 하루빨리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