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에 의대 수시 지원 5년 새 최저, 과기원은 최대
전국 4개 과학기술원 수시 지원자
전년보다 16.1% 늘어 5년 새 ‘최고’
전국 109개 의약학계열 21% 감소
정부 이공계 육성·AI 성장세 등 영향
2027학년도까지 ‘사탐런’ 여전할 듯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14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답안지에 이름을 적고 있다. 연합뉴스
2026학년도 수시 모집에서 4개 과학기술원이 최근 5년 새 가장 많은 지원자를 모았다. 반면 전국 의약학계열은 지원자가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인공지능(AI) 산업 성장과 정부의 이공계 육성 기조가 수험생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학수학능력평가(수능)에서는 자연계 학생이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를 택하는 ‘사탐런’ 현상이 확산하면서, 국가 인재 육성 방향과 입시 제도가 엇박자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열풍 속 의대 대신 과기원 인기
입시전문업체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4개 과학기술원의 2026학년도 수시 모집 지원자는 2만 4423명으로, 전년보다 16.1%(3394명) 증가했다. 최근 5년 중 최고치다. 2022학년도 1만 3315명에서 2025학년도 2만 1029명으로 꾸준히 늘었으며, 경쟁률도 14.14 대 1로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4대 과학기술원은 한국과기원(KAIST), 광주과기원(GIST), 대구경북과기원(DGIST), 울산과기원(UNIST)이다.
반면 전국 109개 의약학계열(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 수시 지원자는 11만 2364명으로, 전년 대비 21.9% 감소하며 5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의대만 보면 지원자 감소율이 29.2%에 달했다. 올해 의대 모집정원이 약 1500명 줄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약대·한의대·수의대까지 동반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같은 변화는 학업 지속률에서도 확인된다. 4개 과기원의 2024학년도 중도 탈락자는 243명으로 전년보다 9% 줄며 최근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의약학계열 중도 탈락자는 1119명으로 5년 내 최고치였다. 서울대·연세대·가톨릭대·울산대·성균관대 등 주요 5개 의대에서도 탈락자가 꾸준히 증가했다.
또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등과 연계된 계약학과 수시 지원자는 8892명으로 전년보다 3% 늘었다. 수도권 대학의 AI 관련 학과는 3.7%, 지역거점국립대는 6.3% 증가해 전반적으로 이공계 선호가 확산되는 흐름을 보였다.
입시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공계 집중 육성정책과 반도체 경기 회복, AI 산업 성장세가 맞물려 수험생들의 지원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의대 쏠림이 정점에 이르자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춰 일부 수험생이 자연스럽게 이공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7학년도 사탐 비율 80% 전망”
이처럼 이공계 지원이 늘고 있음에도, 2027학년도 수능에서는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수험생이 전체의 8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입시 제도상 자연계열 수험생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려면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종로학원은 다음 달 13일 치러지는 2026학년도 수능에서 사회탐구 과목을 1개 이상 선택한 수험생 비율이 77.3%라고 밝혔다. 2023학년도(53.3%) 이후 5년 연속 상승세다. 현 고2를 대상으로 한 9월 모의평가에서도 사탐 응시 비율이 56.7%로, 지난해보다 최대 4.7%포인트 높았다. 이 추세라면 내년 수능에도 사회탐구 선호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입시업계의 분석이다.
현행 입시제도에서는 수험생이 사회·과학탐구 구분 없이 두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주요 대학이 자연계열에서도 사탐을 수능 최저학력 기준으로 인정하면서, 자연계 학생조차 상대적으로 유리한 사탐을 택하는 ‘사탐런’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의 자연계 수시전형에서도 사탐이 인정된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2027학년도는 현행 통합수능 체제에서 치르는 마지막 시험으로, 2026학년도 수능에서 사탐이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쏠림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 “올겨울 방학을 기점으로 사탐 선택이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