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한미 무역협상 교착”… 트럼프와 시각차
26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
투자 방식·금액·시간표 미타결
미중 갈등, 사전 협상서 성과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무역 협상에서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대미 투자의 주요 내용에 대한 양국 간 논의가 아직 교착 상태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 공개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시간표, 우리가 어떻게 손실을 공유하고 배당을 나눌지 이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9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 합의를 발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미국은 물론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겠지만 그게 한국에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보면, 타결이 임박했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언급과는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 시간) ‘이번 방문에서 한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타결에 매우 가깝다”며 “그들이 (타결할)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지금까지 양국 장관 간 협의에서 어느 정도 이견은 좁혔다.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상 3500억 달러 일시 투자는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해 미국도 공감했다.
그러나 매년 어느 정도 배분해 투자를 하고 납입 기간을 얼마나 잡을 지는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매년 150억~200억 달러 투자가 한계라고 밝히고 있지만 미국 측은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몇 년에 걸쳐 투자할 것인가도 견해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수익이 나면 한미 간에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도 문제다.
이에 29일 경주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 합의 타결을 선언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반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은 해소되는 분위기다. 오는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세기의 부산 정상회담’을 앞두고 합의의 틀이 마련된 것이다. 양국 모두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사전 협상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으며 최종 내용은 양 정상이 만났을 때 구체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6일(현지 시간) ‘미국이 중국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100% 관세 부과를) 예상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이 논의했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가 1년간 유예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유화적인 논조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7일 “양국 경제무역팀이 5차례 협의를 진행해 긍정적 합의를 이뤘다”며 “협상 결과는 쉽게 얻은 것이 아니므로 양국이 공동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