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부산시의회 마지막 행감… 약속 대련·송곳 검증 딜레마
국힘 절대 다수 고심 분위기
지방의원 존재감 부각 무대
자당 시장 후보 견제 부담감
지난해 11월 18일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가 부산시교육청을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내년 6월 임가가 종료되는 9대 부산시의회가 마지막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있다. 의정활동의 꽃이라 불리지만 국민의힘 절대 다수인 부산시의회는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당의 부산시장 유력 후보를 견제하는 데 대한 부담 때문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부산시의회는 다음 달 4일부터 오는 12월 16일까지 43일간 정례회에 돌입한다. 특히 이번 정례회 기간인 11월 8일부터 같은 달 18일까지 14일간 민선 8기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행정사무감사가 진행된다.
통상 행정사무감사는 지방의원들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무대다. 지방정부를 견제하는 기관으로서 자신의 의정활동 역량을 증명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사뭇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가운데, 46석 중 43석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자당 출신의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판해야 하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부터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등 특정 정당 소속 후보들을 일제히 찍는 ‘줄투표’ 경향이 강한 선거로 분류된다. 결국 지방선거를 7개월 앞두고 박 시장을 비판하는 게 자칫 국민의힘으로 화살을 겨누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민의힘 소속 A 부산시의원은 “장동혁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의 최우선 공천 기준으로 ‘당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 여당이 아닌 우리 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낼 경우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다”면서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 다수가 이런 고민에 빠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맹탕 행정사무감사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약속 대련’ 수준으로 마냥 수위 조절에 나설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16일 부산참여연대 등 16개 시민단체는 ‘2025년 행정사무감사 부산시민사회 의제 제안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행정사무감사는 9대 시의회의 4번째이자 마지막 행정사무감사”라며 “의원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부산시의 일방적인 행정을 견제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일각에서는 그간 시의회가 부산시의 정책은 물론 시정질문 과정에서 날카로운 송곳 검증을 펼쳐온 까닭에 이러한 분위기는 그저 기우에 그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부산 시민의 혈세를 받는 시의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는 데 신경 쓸 경우 본선에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