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로진백이 왜?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야구 경기 중 투수들이 하얀 가루를 손에 묻히고 투구하는 모습을 우린 종종 본다. 언뜻 보면 하얀 가루가 마치 밀가루처럼 보인다. 이는 투수가 공을 던질 때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손에 바르는 송진 가루다. 이것을 넣은 작은 주머니를 로진백(rosin bag)이라고 하는데, 투수들은 투구 전 로진백을 습관처럼 손에 묻히곤 한다. 가끔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나 실점을 했을 때, 괜히 이걸 손바닥에 통통 튀기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투수들이 보통 사용하지만, 포수나 타자들도 사용한다. 과거에는 홈플레이트 쪽 포수석 옆에 로진백을 놓기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포수들의 로진백이 노출된 게 지저분해 포수 뒷주머니에 넣고 쓰라고 권고한 바도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올해 초 합법적인 로진백 사용 외에 공에 끈적한 물질을 묻히는 투수들의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규정(투수의 금지된 행위)에 근거하는데, 이에 따르면 공에 어떤 종류든 이물질을 묻힌 투수는 경기에서 즉시 퇴장당하고 자동으로 출장 정지를 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메이저리그에선 과거 수년간 상당수 투수가 합법적인 로진백 외에 파인 타르(pine tar), 두꺼운 선크림 등 끈적한 물질을 은근슬쩍 공에 발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1983년 7월 양키 스타디움에서 일어났던 ‘송진 사건’은 메이저리그를 떠들썩하게 했다. 2014년 4월 MLB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선 뉴욕 양키스의 투수 마이클 피네다는 파인 타르를 묻히고 투구하다 보스턴 측 항의를 받고 퇴장당하기도 했다.

이것과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엊그제 로진백과 관련해 해프닝이 있었다. 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은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1회 말 1사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넘긴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다가 황급히 다시 마운드로 올라갔다. 자신이 사용하던 로진백을 가져가기 위해서였다. 올 시즌 MLB 사무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인 로진백 사용을 규정으로 정했다. 김광현은 국내에서 활동할 때도 로진백과 매우 친숙한(?) 투수였다. 로진백을 자주 만지는 투수 중 하나였으며, 종종 로진을 손에 묻히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 털어내곤 했다.

이번 일은 MLB 첫 선발 등판으로 긴장한 탓에 일어난 작은 실수였다. 그래도 그를 응원한다. “실수면 어때, 기죽지 마! 김광현.”

정달식 라이프부장 dosol@busan.com